중국통 김성남 뜨고, 대미 최선희 강등..김영철 통전부장 복귀
북중관계 활로 모색 포석
관록의 김영철 남북관계 정비
대남 담당 비서는 임명 안해
'김정은의 그림자'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 꿰차
11일 <노동신문>에 공개된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주요 당직 인사 내용을 보면, 대남·대외 관계를 맡아온 주요 인물의 구실과 위상에 적잖은 변화가 있다. 대체로 공식 당내 지위가 낮아졌다. 더구나 새로 꾸려진 ‘당 중앙위 비서국 7인 비서’에 대남 및 국제 담당 비서는 없는 듯하다.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 담당을 포함해 관련 인사들이 약진한 선례와 대비된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남쪽은 “북남합의 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만, 미국은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 따라 상대하겠다고 공언한 김정은 총비서가 정책 우선순위를 낮추며 ‘내가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국제부장’으로 승진하고, 대미외교의 간판 격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원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외교 분야 인사의 함의를 짚기는 어렵지 않다. 노동당 8차 대회 개막을 알린 <노동신문> 6일치에 ‘중국공산당 중앙위 축전’이 크게 실린 데서 드러나듯, ‘중국통 국제부장’의 등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북-중 관계 강화로 활로를 모색할 뜻이 있음을 방증한다.
최선희 제1부상의 ‘강등’은, 대미 접근의 쌍두마차이던 리수용 당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2019년 12월 해임돼 무대에서 사라진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대미 핵외교’의 산증인인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노환 탓인지 당 중앙위원직을 내놨다. 다만 김 총비서가 “대외정치활동을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힌 터라, 최 제1부상의 퇴장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남 부문 인사는 함의 파악이 쉽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1980년대 말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30년 넘게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해온 ‘노장 김영철’의 통일전선부장 복귀다. 그는 새로 꾸려진 ‘당 중앙위 비서’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남비서직은 내놓은 듯하다. 김영철 통전부장 체제의 복원은, 2019년 4월 ‘장금철 통전부장’ 체제 등장 이후 ‘존재감 없는 통전부장’과 김여정·김영철의 ‘3인 체제’에 따른 조직·정책 혼선을 재정비하려는 김 총비서의 판단에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대남 담당 비서’를 임명하지 않은 대목은 두 갈래로 짚을 수 있다. 대남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추겠다는 조직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대리인 노릇을 해온 ‘친동생 김여정’의 존재를 고려한 자리 비워두기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지시”를 내린 이가 “김영철 동지와 김여정 동지”였던 사실(<노동신문> 2020년 6월9일치 2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당 지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합류한 조용원이다. 그는 김정은 총비서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수행하는 ‘김정은의 그림자’인데,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도약하고, 당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비서직을 두루 꿰찼다. 5인 상무위원이 김 총비서 외에는 의회(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군(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내각(김덕훈 총리) 안배 당연직의 성격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조용원’의 존재감을 가늠할 수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조용원의 위상과 구실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비견할 만하다”며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쯤으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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