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 '전기 마을버스' 시동
초저상버스로 '약자' 배려
내부 휴대폰 충전기도 설치
[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를 달리는 마을버스 ‘서대문03’은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벼 매번 정류장에 긴 줄이 생기는 일이 많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하루 2만4000여명의 승객을 실어날랐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승객이 감소했음에도 일평균 1만2000~3000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등 서대문구에서 가장 수요가 많다. ‘서대문03’ 마을버스는 특히 세브란스병원을 이용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가장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주민 박모씨(71)는 “옛날에는 03버스가 세브란스병원 입구에 세워줘서 병원 갈 일이 있으면 03번이나 04번을 주로 탔다”며 “지금도 볼 일이 있으면 거의 마을버스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주민의 발이 되어 준 마을버스 ‘서대문03’이 11일부터 전기차 버스로 교체돼 운행에 들어갔다. 서대문구는 총 12대의 03번 마을버스 중 6대가 전기차로 교체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마을버스 전기차 전환은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전기차 마을버스는 서대문구가 지난 10개월간 정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따낸 예산 13억원으로 도입됐다.
서대문구는 올해 구정 역점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탄소제로 청사 조성’, 공공건물 에너지 관리시스템 시범운영과 더불어 마을버스 전기차 전환, 전기차 충전소 확충, 관용차 수소차량 전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의 마을버스가 적용하고 있는 압축천연가스(CNG)는 경유버스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취약점이 있다.
반면 전기차는 배기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엔진진동과 소음이 없어 노인 탑승객이 많은 마을버스 특성상 주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서대문구는 기대했다. 특히 슬라이딩 도어 방식의 초저상버스로 바뀌어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들도 편리하게 승하차를 할 수 있게 됐다. 내부에 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하다.
서대문구는 전기차 마을버스 도입에 앞서 운수업체 차고지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우선적으로 완료해 전기차 충전 문제도 해결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지속 가능한 그린도시 서대문구를 조성하기 위한 작업으로 시작한 마을버스 전기차 전환을 앞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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