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막힌 이낙연, 이번엔 '코로나 이익공유제' 승부수
내달 발표할 '신복지체제' 구상과도 연결..'통합' 띄우기
[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지금은 코로나19 양극화 시대”라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오른 기업들이 이익 일부를 공유해 피해가 심각한 업종을 돕자는 취지로,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민간이 ‘고통 분담’에 나서자는 제안이다.
임기를 두 달 남긴 이 대표가 ‘양극화 해소’라는 화두와 해법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다음달 발표할 자신의 ‘신복지체제’ 구상과도 연결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새해 벽두 꺼내든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이어 양극화 해소를 꺼내듦으로써 ‘통합’을 자신의 주요 브랜드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소득층의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드는 이른바 ‘K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민간과의 연대로 고통을 분담하고 공동체 회복을 돕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업종·계층이 이득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며 “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세제혜택과 금융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비대면 활성화로 수혜를 입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플랫폼 기업이나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 매출이 급증한 제조업종 대기업이 그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와 개념은 비슷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격다짐 식으로 (거둔 이익의) 일부를 내놓으라는 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협력이익공유제’도 거론된다. 현재 시행 중인 ‘성과공유제’가 기술혁신·원가절감 등으로 ‘줄어든 비용’을 대기업과 협력사가 나눠 갖는 형태라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최종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와 부합하는 법안들이라면 중점처리법안으로 지정해 (입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대 국회에서 “반시장적 제도”라는 재계 반발로 법제화가 무산된 바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대해 “기업과 국민의 희생 강요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발상이 무섭다”며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제안은 최근 여권과 진보진영에서 분출하는 ‘고통분담론’과 맥이 닿아 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그룹이 피해 업종의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 승자’라고 불리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정의당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에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앞서 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언급했던 이 대표는 이날도 “양극화 대응은 재정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다시금 강조했다.
‘양극화 해소’ 어젠다는 이 대표가 다음달 중 발표할 ‘신복지체제’ 구상과도 연결된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익공유제가 민간에서 할 일이라면 신복지체제 구상은 ‘재정’이 담당할 역할”이라면서 “김대중 정부 이후 축적해 온 복지제도를 계승하되, 점점 다양해지는 사람들의 욕구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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