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 "안철수와 합치자"..김종인 "이런 콩가루 정당은 처음"
정진석·오세훈 향해 격노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놓고
자강론과 통합론 충돌 격화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방식을 두고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정진석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안 대표에게 합당을 제안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합당 제안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콩가루 집안 같은 정당”이라며 격노했다. 이 같은 입장차는 안 대표를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필수조건으로 보느냐, 하나의 변수로 보느냐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11일 안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은 입당뿐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정당 통합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고 전혀 상상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비공개 회의에서 정 위원장과 오 전 시장을 향해 격노했다. 복수의 참석자 말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정 위원장의 합당 제안을 두고 “사전조율 없이 왜 그런 이야기 하느냐” “전에도 그러더니 이런 콩가루 집안 같은 정당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선 “제정신이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안철수가 입당하면 안 나가겠다는 논리를 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정 위원장은 앞서 국민의당과 합당을 제안했고, 오 전 시장은 안 대표가 입당 또는 합당하면 시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자강론’과 당내 ‘합당파’ 차이는 ‘안 대표 없이 선거를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갈린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잘 내세우면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무조건 이길 것”이라며 “자력으로 후보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안철수로 요령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 눈에는 기회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김 위원장 발언을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면서 충돌 양상도 드러났다. 당내에선 오 전 시장처럼 ‘안 대표 없인 필패’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다. 당 관계자는 “3자 구도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이 무슨 정통성이 있느냐”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만났다. 안 대표 측은 우연이라고 했지만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순봉·심진용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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