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협력'으로 남북 대화 물꼬 기대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8차 당 대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방역 협력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일축했지만 방역·보건 협력을 매개로 한 남북 간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평화가 곧 상생”이라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인 데다 대북 제재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모색할 공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방역이라는 인도적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다. 8차 당 대회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반입 중단을 요구하며 핵잠수함 추진 등 국방력 강화 의지를 밝힌 김 위원장을 향해 대화와 협력 의지를 거듭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북남관계가 3년 전 봄날과 같은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계 개선의 여지를 열어둔 표현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며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도 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보다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도 언급하지 않았다. 답보 상태인 현 정세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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