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안엔 말 아끼고.."경제" 29번 언급, 민생에 방점
두 전직 대통령 사면·권력기관 개혁 등 갈등 이슈 거리 두기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했다. ‘회복, 포용, 도약’을 키워드로 부동산·일자리 대책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반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포함한 정치 이슈나 권력기관 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거나 최소화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 중반대까지 추락하는 등 민심 이반이 뚜렷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이슈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경제와 국민들의 일상 회복에 매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경제 도약·격차 해소에 방점
문 대통령은 올해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선도국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한 점, 코스피지수가 14년 만에 3000시대를 연 점 등을 거론하며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신년사에서 ‘국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경제’로, 총 29번이 나왔다.
동시에 양극화 해소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고용을 회복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을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코로나로 더 깊어진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인 회복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확장적 예산의 신속한 집행, 고용보험 확대 등을 제시했다.
■ 부동산 문제 첫 사과
문 대통령은 1년 전만 해도 부동산 정책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달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엔 “송구한 마음”이란 표현을 쓰며 이례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집권 이후 부동산 대책을 24차례나 내놨음에도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규제 위주의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은 계속되고,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마저 빼앗긴 무주택층의 분노가 커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자 고개를 숙인 셈이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도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로 이동할 것임을 의미한다.
■ 정치 현안 언급 자제
신년사에 정치 현안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검찰개혁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법·제도적인 개혁을 마침내 해냈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은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피력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도 신년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는 14일 박근혜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사면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신년사에서 ‘통합’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사용하려다 이것이 사면 문제와 연결돼 해석될 점을 우려해 ‘포용’이란 단어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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