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아버지가 쓴 '총비서'..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과시

김유진 기자 2021. 1. 11. 20: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직 체계 개편 내용·의미

[경향신문]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1비서·당 위원장 거쳐…지도부 세대교체하며 운영 효율화
최측근 조용원, 상무위원 ‘초고속 승진’…조직 업무 맡을 듯
비서 체제로 바꾸면서 대남·외교 담당 빼…‘내치 집중’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총비서’에 추대된 것은 명실상부한 당 최고지도자 입지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집권 10년이 되는 올해 유일지배체제 확립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1일 전날 당 8차 대회 6일차 회의에서 진행된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결과를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 추대가 “우리식 사회주의 승리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하고 창창한 전도를 기약하는 거대한 정치적 사변”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당내 직함은 ‘제1비서’였다가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비서국을 폐지하고 정무국을 신설하면서 ‘당 위원장’으로 바뀌었다. 5년 만에 당 위원장 체제를 비서국 체제로 환원하면서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맡은 ‘총비서’가 됐다. 2012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결정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이는 김 위원장의 체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 각급마다 위원장 직함이 쓰이거나 ‘위원장·부위원장’ 체제로 인해 업무 규정이 모호해지는 등 혼란을 ‘행정적’으로 개선하려는 뜻이 담겼음직하다. 특히 김정은만이 총비서라는 직책을 사용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세우고,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당 대회를 ‘당 우위’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당과 정부 기구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며 ‘그림자’ 역할을 해온 조용원 제1부부장(64)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단숨에 상무위원에 올라 권력서열 5위가 됐다. 대신 82세인 박봉주 상무위원은 현직에서 물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조용원은 리병철과 함께 노동당 3대 핵심기구인 정치국(상무위원), 비서국(비서), 중앙군사위원회(위원)에 모두 이름을 올려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임을 드러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정은 친정체제 구축”이라면서 “조용원 상무위원 임명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용원 제1부부장

조용원은 ‘조직 비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조용원은 김정은 시대 줄곧 측근 자리를 지켜온 심복이자 실세이며, 그에게 조직 업무를 맡긴 것은 그만큼 신뢰가 막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핵무력 고도화를 선언하며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 목표를 명시한 북한은 군부 인사도 단행했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군정지도부장에는 항일 빨치산 1세로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에 공을 세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3남인 오일정(67)이 임명됐다. 77세 최부일은 군정지도부장에서 내려왔다.

북한이 현행 당 부위원장(10명) 체제를 비서(7명) 체제로 개편해 운영 시스템 효율화를 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대남·외교 담당 비서는 제외한 배경이 주목된다. 강경파인 김영철 전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으로 돌아왔지만 당 비서에서 제외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주도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리선권 외무상도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다. 북한이 당분간 대외 행보보다 내치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과 함께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직접 대외 관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