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출하 앞둔 꽃 '버리고 갈아엎고'
[KBS 창원]
[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1년을 버텨온 경남지역 화훼농가들이 급기야 800여 단의 꽃을 폐기했습니다.
졸업식과 입학식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새해 들어 손꼽아 기다린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농민들이 상자에 가득 담긴 꽃을 바닥에 쏟아붓습니다.
행사용 화환에 많이 쓰이는 거베라입니다.
꽃집에 납품해야 할 최상품이지만, 줄기를 모두 꺾어버립니다.
경매에서 유찰된 꽃들을 직접 폐기하는 겁니다.
이날 하루 경남과 부산 3개 화훼 공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 거베라는 4천여 단, 이 가운데 800여 단이 유찰됐습니다.
[김윤식/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 : "캡 하고 철사하고 만들어내는데 한 단 천300원 먹혀요. 이게 팔리지도 않고 팔린다고 해도 천 원씩 팔려요. 밭을 갈아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1월부터 3월까지 졸업식과 입학식 특수를 맞는 안개꽃도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부산경남화훼농협 기준 거베라 출하량은 1년 전보다 31% 줄었고, 같은 기간 안개꽃은 29% 감소했습니다.
[조영흠/영남화훼농협공판장 중매인 : "원래라면 시즌이니까 자기(농민)들도 원래 졸업 다 생각하고 농사를 지은 건데 코로나 터짐으로해서 안 나가잖아요."]
경매에서 유찰된 안개꽃입니다.
올해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판로가 막막한 상황입니다.
9천900여㎡ 규모의 안개꽃 농장 일부를 갈아엎고 감자를 심은 농가도 있습니다.
안개꽃 가격이 4분 1 정도로 떨어진 데다 한파에 유류비 부담만 커졌기 때문입니다.
[허덕천/안개꽃 재배 농가 : "졸업이나 이런 계획이 없기 때문에 희망이 없잖아요. 우리가 대체작물을 심는다는 것도 문제고, 그래서 우리가 갈 길을 못 잡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화훼 농가를 포함해줄 것과 꽃 소비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그래픽:조지영
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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