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권사 자산배분 전략]"中주식·구리 비중 늘리고, 선진국 국채 줄여라"

심우일 기자 2021. 1. 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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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증권사 12곳 설문>
中주식·산업용금속 확대 의견 8곳으로 최다
선진국 국채는 9곳이 "비중 축소해야" 강조
"조정장 대비해 보수적 포트폴리오" 의견도
[서울경제] 코스피지수가 새해부터 강한 랠리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중국 주식과 산업용 금속의 비중을 늘리고 선진국 국채는 덜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기 반등의 기대감이 큰 만큼 위험 자산은 늘리고 안전 자산은 덜어내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증시가 오를 대로 오른 만큼 주식 비중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11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12개 곳을 대상으로 주식(한국, 미국, 중국, 유로존, 기타 신흥국), 채권(선진국 및 신흥국의 국채·회사채), 원자재(금, 석유, 산업용 금속)에 대한 ‘2021년 상반기 자산배분 전략’을 설문한 결과 중국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곳이 총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주식을 덜어내야 한다고 응답한 증권사는 없었다. 한국·미국 주식 비중 확대를 권고한 증권사도 총 7곳이었다.

구리·니켈 등 산업용 금속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힌 증권사도 총 8곳이었다. 원유에 대해서도 비중 확대(6곳) 의견이 우세했지만 중립 의견(6곳)도 만만찮았다. 비록 산업용 금속에 비해 반등 폭이 크지 않아 ‘가격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탈(脫)탄소 기조가 강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선진국 국채에 대해서는 “덜어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증권사 12곳 중 총 9곳이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지난 1·4~2·4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받았던 만큼 올해 상반기에는 그 기저 효과로 물가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미국·유럽 등의 국채 금리가 오를 것(국채 가격 하락)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중국 주식과 산업용 금속을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고 미국·유럽 국채 비중을 줄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리플레이션 트레이딩을 권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의 재정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코로나19 백신이 꾸준히 보급되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12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으로 집계되며 8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회복의 반대급부로 시장 금리는 오르고 있어 선진국 국채 매수를 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반적인 금리 수준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현재는 유동성과 경기·실적 회복이 같이 맞물려 위험 자산에 우호적인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유동성이 한 번 공급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같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은 전반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증시 버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가 지난해 초에 비해 많이 낮은 상태라서 위험 자산을 전반적으로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펀더멘털 개선뿐 아니라 재정 정책 주도의 부양책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국채 메리트가 줄어드는 구간”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신흥국보다도 재정 정책 여력이 커 보여 금리 상승을 가로막을 요인이 많지 않은 만큼 국채보다는 회사채를 사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록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에 대한 ‘컨센서스’가 ‘위험 자산 선호, 안전 자산 회피’로 귀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자산 가격 조정에 대비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령 IBK투자증권은 주식에 대해 중립을 권고한 가운데 선진국 국채·회사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경제 상황에서도 대응하자”는 의미로 내놓은 ‘올 웨더 포트폴리오’에 따른 것이다. 이 포트폴리오는 주식 30%, 채권 55%, 원자재 7.5%, 금 7.5%씩 담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각국 부채 규모 증가, 신용 리스크 등 위험 요인도 큰 만큼 신중한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중에 금리가 오르고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며 “상반기 채권 가격이 저렴해지는 타이밍에 맞춰 선진국 국채·회사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에 대해서만 ‘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나머지 증시에는 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1·4분기 말 2·4분기 초에는 증시가 고점을 찍고 중국 증시만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비중 축소’라고 해서 폭락 장이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 수준보다는 주가가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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