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구정책, 개인 감정부터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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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이지만 출산율 차이가 극명하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세종시는 1등을, 서울시는 꼴등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한 도시는 소멸을, 다른 한 도시는 탄생을 기약한다.
개인의 감정들이 모여 군상을 만들고, 군상이 모인 곳에 도시의 얼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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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이지만 출산율 차이가 극명하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세종시는 1등을, 서울시는 꼴등을 기록했다. 어느 도시가 특별히 고령화된 지역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 도시는 소멸을, 다른 한 도시는 탄생을 기약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객관적 사실에서 차이를 발견하려 한다. 그렇기에 공립유치원 숫자, 어린이집, 공원, 학교 숫자, 자가거주 비율, 급여 수준, 공무원 비율 등으로 세종시의 탁월함을 증명한다. 분석이 숫자에 따르니 대책도 숫자에 기댄다.
지난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 대책'의 맥락도 이와 비슷하다. 출산 시 진료비나 영아 수당과 같은, 현금 살포 정책이 주를 이뤘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어린이집을 대거 늘리겠다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본질은 숫자가 아닌 감정이다. 개인의 감정들이 모여 군상을 만들고, 군상이 모인 곳에 도시의 얼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울에 사는 청년들의 감정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이들의 전반적인 감정은 '불안'이다. 위태위태한 직장, 모범 삼을 사람이 없다는 자괴감, 자산 폭등 시기에 소외된 포모증후군, 내 한몸 건사할 곳 없다는 우울감. 사람, 부, 지위에 의존할 수 없는데도 지속되는 경쟁. 이 모든 게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은 사람을 갉아먹는다. 갉아 먹힌 사람은 미래를 꿈꾸지 못한다. 불안은 전쟁과 유사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사치다. 나 혼자 건사하기 힘든데 아이마저 키운다면 둘 다 살아남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유례없는 0.72라는 합계출산율은 서울에 발 붙이고 사는 청년들의 얼굴이고 감정이다.
불안은 단발적인 지원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 잘 될 거라는 기대감에 녹아내린다. 우리나라는 인구정책에 10년 동안 15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사이 보육시설도 늘고 지원금도 올랐다. 그러나 정책은 실패했다. 청년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꼬이고 꼬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더대왕처럼 단칼에 끊어낼 순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정책은 매듭 속 사람들의 불안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일 테다. 그것이 소멸에서 탄생으로 갈 유일한 방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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