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차례 롤러코스터..빚투·高PER·금리 리스크 커지나

김경미 기자 입력 2021. 1.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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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변동성 주의보]
개인 '매수'-외인·기관 '매도' 강도 따라 엎치락뒤치락
장중 3,200선 돌파..과열·고점 경고음도 갈수록 커져
글로벌 금리인상이 가장 위협적..신호에 귀기울여야
코스피지수가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보인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하락세로 마감한 종가가 전광판에 기록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11일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전 거래일 대비 9.72포인트(0.31%) 상승한 3,161.9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끊임없이 유입되며 고속 상승, 약 한 시간여 만에 114.05포인트(3.62%)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3,200선(3,266.23)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기관의 거센 매도세에 밀리는 듯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다시 한 시간여 만에 하락 반전해 오후 1시 30분 무렵에는 전 거래일보다 55.02포인트(1.78%)나 하락해 3,100선이 붕괴했다. 지수는 이후로도 개인의 매수세와 외국인·기관의 매도세의 강도에 따라 온종일 엎치락뒤치락 요동을 쳤다. 상승과 하락의 변곡점을 지난 횟수만 20여 차례가 넘을 정도로 크게 흔들리던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3.73포인트(0.12%) 소폭 하락한 3,148.45로 마감됐다.

코스피가 매 거래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 증시의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거침없는 상승세와 더불어 ‘과열’과 ‘고점’ 경고음도 커지는 중이다. 코스피 기업 이익 개선에 대한 낙관론적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정이 올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의 변동성 역시 코스피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과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장세가 펼쳐지리라는 불안이 충돌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자본시장 곳곳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의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중이다.

◇10주 연속 상승한 코스피··· 벌어지는 펀더멘털과의 괴리=위험의 신호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새해 한 주 만에 9.7%나 급등한 지수 상승세 그 자체다. 단기 과열 구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이날 또다시 8.74% 급등하면서 이틀 새 30% 가까이 치솟았고 삼성전자도 2.48% 상승세를 타며 9만 1,000원을 기록해 ‘9만전자’ 반열에 올랐다. KB증권에 따르면 주간 기준으로 코스피가 9% 이상 급등했던 사례는 지난 1975년 이후 34번이 있었지만 이 중 대부분은 큰 위기가 닥친 후 이어진 ‘패닉 셀링’으로 지수가 급락한 후 반등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지난해 11월부터 10주 연속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다시 한 주 만에 9.7% 급등하는 식의 상승은 12번에 불과했으며 이 중 10번이 △저달러·저유가·저금리 ‘3저 호황’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던 1986~1989년 △1998~1999년 닷컴 버블 당시의 일이었다.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코스피 기업들의 실제 실적(펀더멘털)과 간극이 계속 벌어지는 것도 위험 신호로 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130조여 원으로 2020년의 전망치인 약 89조 원 대비 4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기업 이익이 악화한 탓에 의한 기저 효과에 불과하다. 올해 코스피의 이익 전망치는 2017년(약 140조 원), 2018년(약 130조 원)의 이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기업들의 주가만 고공 행진하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물론 증시 고평가·과열에 대한 반론은 있다. 삼성·SK·현대·LG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요 사업이 전기차·배터리·친환경·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산업군으로 재편되며 기업 가치(밸류에이션)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미국 등에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완료되면 미국발 소비가 가속화,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 역시 더 높아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2021년, 2022년 코스피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각각 2.5%, 4.9% 상향 조정된 상태로 코스피 기업 이익 전망치는 상향 사이클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7년보다 강한 이익 전망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12개월 선행 EPS가 사상 최고치(283포인트)에 도달한다면 코스피 3,000도 PER 10.6배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빚투’ 속에 미 국채금리 상승 위협···변동성 확대 신호 곳곳 감지=7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이 20조 원을 돌파하는 등 ‘빚투’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올해 들어 불과 4영업일 만에 신용대출이 4,534억 원 늘고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도 7,411개에 이른다. 신용대출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이 많아지면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 위험이 커져 지수 하락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주식은 물론 산업 원자재·농산물·원유·부동산·비트코인에 이르는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감지된다는 것은 국내 증시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1% 선을 넘어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상승은 증시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2018년 2월 글로벌 증시의 랠리를 종식시킨 것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 선에 근접한 것이 촉매제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위험신호들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아직 위험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가 여전히 낮고, 빚투가 증가했다지만 전체 시장을 볼 때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탠스가 변할 경우 분위기가 바뀔 수 있으니 연준의 움직임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최근 자산 가격 과열 현상이 나타났고 미국 연준의 개입이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 실물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스탠스가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2월 이후부터 2분기 정도까지는 관련 리스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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