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만 세금 역주행..법인세 부담 3년새 24조원 늘었다

양연호,김정환 2021. 1.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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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3년새 3%P 상승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들의 실질 법인세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3%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이다. 이전 정부 시기인 2013~2016년까지만 해도 14%대를 유지해 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11일 매일경제가 최근 공개된 2020년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국내 기업들이 낸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국회예산정책처 추정 방식)은 17.5%로 전년(16%)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전년도에 흑자를 낸 기업들이 실제 납부한 법인세액(67조원)을 해당 기업의 총소득(384조원)으로 나눈 수치다. 2016년 14.4%를 기록한 뒤 2017년 15.6%, 2018년 16%로 꾸준히 오르더니 2019년에 17.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기업의 총 부담 세액은 43조원에서 67조원으로 55.8% 불어났다.

이 같은 세 부담 급증은 정부가 2018년 법인세율을 인상한 와중에 법인세에 적용되는 각종 공제 항목은 슬금슬금 줄인 결과다.

■ <용어 설명>

▷ 법인세 실효세율 : 법인이 실제로 부담한 세액을 법인소득으로 나눈 비율. 기업들이 실제로 떠안은 세 부담이다.

[양연호 기자]


기업 이익 3년새 42% 늘때 법인세 부담은 56% 뜀박질

"기업 살리자" 선진국 감세 나서는데 한국만 역주행

과도한 稅부담에 기업 위축
세액공제도 갈수록 줄여
작년 1조5700억 혜택 축소
고용창출·연구개발 여력 없어

법인세 '삼성전자 의존' 심각
소수 대기업에 세금 집중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과 각종 세액공제 혜택 축소, 늘어나는 규제로 `기업하려는 정신과 의욕`이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모습. [이충우 기자]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낮아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것은 법인세율 인상이 단행되고 주요 기업에 주어지던 각종 비과세와 감면 혜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실물경제 위기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 법인세 부담 경감에 나서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만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OECD 회원국의 세제 개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중 법인세를 올린 국가가 있던 해는 한국이 세율을 올린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 그리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4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고, 작년에도 프랑스 벨기에 아르헨티나 그리스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8개국이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2019~2020년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법인세를 올린 국가인 한국에서 법인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 혜택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20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세액은 8조3261억원으로 전년(9조8964억원)보다 1조5700억원가량 감소했다. 법인세 감면은 주로 투자·연구개발·고용 창출에 대해 적용되는데 기업들의 투자·고용 위축이 감면 혜택 축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기업의 총부담 세액은 2016년 43조원에서 2017년 51조원, 2018년 61조원, 2019년 67조원으로 이 기간 55.8% 불어났다. 같은 기간 법인세 차감 전 이익(과세표준) 증가율은 42.4%였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인데도 한국만 세율 인상을 단행하며 기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과도한 세 부담이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갈수록 위축되는 투자에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 36개국 가운데 2019년 한국 조세 경쟁력 순위는 24위에 그쳤다. 2018년 세율이 인상되며 법인세 경쟁력(33위)이 크게 뒤처진 영향이다. 한국 조세 경쟁력은 2017년 17위에서 2019년 24위로 3년 만에 7계단 낮아져 최근 3년간 하락폭이 네덜란드(8계단 하락)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선진국들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추세"라며 "법인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혀 한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세율을 낮추면 투자가 늘어 결과적으로 전체 세입도 늘어날 수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설비투자가 6.3%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법인세 인하로 세 부담을 완화하는 국제 흐름에 대응하면서 성장 활력부터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법인세 부담이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에 대한 국세 수입 의존도를 심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2019년 전체 국세의 24%(72조원)가 법인들로부터 걷혔는데 삼성전자 단일 기업이 낸 비중이 전체의 16%에 달했다. 2015~2017년만 해도 삼성전자 법인세 납부 비중은 4~6%였지만 이듬해 10%를 넘어섰다. 2019년에는 전체의 6분의 1을 삼성전자가 냈다. 세입에서 특정 기업 '편식 현상'이 심해지며 오히려 전체 수입 구조가 불안정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주상룡 홍익대 교수는 "기업을 활성화시켜 법인세 등 안정적인 세입 채널을 확보하는 게 정공법"이라며 "정부가 보다 긴 시각으로 국세 건전성을 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투자 약발'이 큰 법인세 인하 법안이 수차례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도 대기업 혜택 논란, 세수 감소 등 반발로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경연이 매일경제 의뢰로 19~21대(2012~2020년) 국회 법인세율 발의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기간 세율 인상 법안은 14건, 인하안은 13건 발의됐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인상(22%→25%)됐을 뿐 세 부담이 완화된 적은 없다.

[김정환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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