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출석부' 아세요?.."맛있는 랜선 수업 레시피 나눠요"

한겨레 2021. 1. 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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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나눔 축제 연 교사들
사회, 국어, 미술 교과 융합해
우리 고장 이모저모 살펴보고
등교수업 때 '감정 출석부'로
생활지도와 국어 수업 동시에
"코로나 이겨내는 노하우 공유"
지난달 7~10일 부산 지역 교사들이 ‘함께 성장하는 랜선 수업나눔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한 수업 방식을 자발적으로 나누며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고 있다. 부산미래교육원 수업·평가지원센터 제공

“학교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예요?”

가끔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면 눈에 띄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 대체 뭘 가르치기에 아이들이 엇나가고 있느냐는 투의 댓글이다. 맥락 없이 튀어나온 ‘악플러’의 한마디라고 넘기기엔 교사들에게 꽤 상처가 되는 말이다. 한데 중요한 사실 하나.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공교육에서 ‘안 가르치는 것’은 없다.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수업 만들기는 모든 교사의 고민이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교사 성장교실 등 교사들이 함께 수업 내용과 방식을 연구하는 이유는 오직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프라인에서 활발했던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이제는 ‘랜선’으로 들어왔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7일부터 10일까지 부산미래교육원 수업·평가지원센터 주관으로 ‘함께 성장하는 랜선 수업나눔 축제’(이하 수업나눔 축제)가 열렸다. 교사들이 따로 또 같이,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자신만의 수업 디자인을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해 공유했다. 수업 디자인에는 학습동기 유발 방법, 교과학습 활동 및 수행평가 방안, 관계 세우기, 수업 규칙 세우기, 공부하는 방법 익히기, 모둠 세우기 등 수업에서 필요한 모든 내용을 포함한다.

지난달 7~10일 열린 ‘함께 성장하는 랜선 수업나눔 축제’ 콜센터 운영지원단 모습.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한 수업나눔 축제인 만큼 더 많은 교사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운영지원단을 꾸렸다. 부산미래교육원 수업·평가지원센터 제공

‘슬기로운 동네 탐구’ 블렌디드 수업

부산 강동초 장명호 교사는 코로나19로 ‘집콕’ 신세가 된 아이들을 위해 사회 ‘우리 국토의 인문환경’ 단원을 블렌디드 수업(온·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한 학습방법)으로 디자인했다. ‘슬기로운 우리 동네 탐구’라는 콘셉트로 큰 주제를 ‘센텀시티에 공항이 있었다고?’로 정했다.

사회 ‘우리 국토의 인문환경’ 6차시, 국어 ‘글을 요약해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읽어요’ 2차시, 미술 ‘경험을 생생하게’ 2차시 등 총 10차시에 걸친 사회, 국어, 미술과 융합수업을 디자인한 뒤 동료 교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크롬북, 구글 클래스룸, 클라우드, 패들릿 등 미래학습 도구를 적용한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구글 설문 기능을 통해 ‘센텀시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변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라는 문제를 던져준 뒤 패들릿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료 수집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온라인 교실에서 모둠을 이룬 아이들이 ‘센텀시티의 변화를 이렇게 소개할래요’ ‘벡스코의 역사’ ‘시립미술관의 아름다움’ 등으로 세부 주제를 나누면, 유시시(UCC) 촬영과 발표는 현서와 다혜, 승원이가 맡고 재훈이는 편집을 맡는 식이다. 구글 클래스룸 도구를 활용해 발표와 영상 만들기 계획을 세우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장 교사는 “5학년 사회 수업에서 우리 지역의 인구 변화, 도시 발달, 산업구조의 발달, 교통 발달 특성을 알아보며 인문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아보는 단원이다. 수업 디자인을 통해 교과를 재구성한 뒤 미래교실 자원을 활용해 아이들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1학기 활동으로 센텀시티 등 우리 지역의 인문환경 발달 역사에 대해 배움과 동시에 2학기에 배울 일제강점기와의 연계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했습니다. 모니터만 바라보는 공부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식정보 처리 역량도 기를 수 있지요.” 다양한 온라인 수업 도구를 활용해 아이들과 교사가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해당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지식을 ‘관리’하는 연습도 해보는 것이다.

하송자 부산 개원초 수석교사의 ‘특색 있는 교과수업-감정 출석부’ 수업 장면. ‘함께 성장하는 랜선 수업나눔 축제’ 사례발표집 갈무리

감정에도 출석부가 있어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가 급격히 적어진 만큼 아이 스스로 감정을 알아채고 보듬으며 공감 능력을 키워나가는 수업 디자인도 이번 수업나눔 축제에서 공유됐다.

하송자 부산 개원초 수석교사는 ‘사고력과 감정표현력을 깨우는 국어과 수업 레시피’ 나눔을 통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국어 수업에서 ‘감정’에 관한 핵심 내용을 뽑아내 수업을 디자인했다. 하 수석교사는 “1~6학년 교육과정에 나오는 감정수업 관련 내용을 분석하면 교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며 “수업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이들의 생활지도, 학급경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 국어 및 도덕 과정에는 학년별로 감정수업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 1학년 ‘자신의 기분을 말하는 방법 알기’, 2학년 ‘상황에 따라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 짐작하기’, 5학년 ‘감정과 욕구 구별하기' 등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좋다, 나쁘다, 기쁘다, 짜증 난다’ 등 대표적으로 ‘알려진’ 감정만 표현하는데, 교과 시간을 통해 감정카드를 써보고 표현하고 이야기 나눠보면서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알도록 하는 게 수업 목표다.

하 수석교사는 “학생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즐겁다, 자랑스럽다, 만족스럽다, 안심되다, 설레다, 망설여지다, 막막하다, 불안하다, 분하다, 귀찮다, 비참하다 등으로 나눠 접근하면 좋다”며 “아이들이 오랜만에 등교하는 날에는 ‘감정카드’를 활용해 생활지도나 개인 상담은 물론 국어 교과를 자연스레 융합한다”고 말했다.

‘감정 출석부’와 ‘감정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로 수업을 확대하면 효과는 더 좋다. 감정 출석부의 경우 아이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 상태와 이유를 붙임쪽지에 써서 ‘감정 날씨 판’에 붙인다. 답답하다, 짜증 난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위로와 격려를 나누면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하 수석교사는 “등·하교 때 자신의 감정을 이름표 옆에 붙이거나 감정 날씨 판에 이름을 붙여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인다.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낸 아이에게는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물어본 뒤 격려와 응원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하송자 부산 개원초 수석교사의 ‘특색 있는 교과수업-감정 출석부’ 수업 장면. ‘함께 성장하는 랜선 수업나눔 축제’ 사례발표집 갈무리

감정 단어를 활용한 글쓰기의 경우 학생이 겪은 일을 쓴 뒤 감정카드에 적힌 단어를 활용해 자세히 글을 써보는 식이다. ‘온라인 등교’에 관한 단상도 단골 주제가 됐다. 국어 시간에는 책을 한 권 정해 주인공의 입장이 돼 감정카드를 골라본 뒤 글쓰기,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정해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본 뒤 글쓰기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

하 수석교사는 “성취기준 및 학습목표와 관련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짐작하고 다루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누릴 수 있는 능력, 의사소통 역량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는 물론 자기 생각과 기분을 표현하는 감정수업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지요. 등교수업 때는 코로나19로 알게 모르게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의 감정을 최대한 살펴주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큰 그림’ 그려보게 하는 융합수업

‘더불어 성장하는 스팀 교육 연구회’ 활동을 뿌리로 ‘유니버설 디자인과 놀자!’를 주제로 한 중학교 융합수업도 공유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홍지현 부산 동수영중 교사와 동료 교사들은 10차시에 걸친 융합수업 디자인을 통해 중학교 2~3학년 수학, 역사, 체육, 과학, 음악, 기술·가정 과목을 유니버설 디자인 수업에 담아냈다. 전체적으로 구글 클래스룸을 기반으로 했다.

1~2차시 국어 교과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위한 광고를 먼저 스토리보드로 만든다. 3차시에는 음악 교과에서 주어진 조건에 맞는 한도막 형식(8마디)의 음악을 만들어 유니버설 디자인을 주제로 한 배경음악을 작곡해보는 식이다.

4~5차시에는 기술·가정 교과에서 미래의 수송 기술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6차시에는 과학 교과에서 소화·순환·호흡·배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환들을 알아본 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유니버설 디자인적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7~8차시 역사 교과에서는 인권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보는 활동 등이 있다.

홍 교사는 “수학 교과에서 프랙털 도형을 만들며 닮은 도형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기르는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철학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9차시다. 10차시에는 체육 교과에서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이해하는 과정에 유니버설 디자인 철학을 적용한 뒤 장애 등 신체 조건이 다른 경우를 가정해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수업 디자인은 중 1~3학년에 적용할 수 있어요. 전체 10차시 세트 또는 1~2차시, 1~3차시, 1~5차시 등 각각 따로 응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수업 디자인은 융합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주제를 수학, 역사, 체육, 과학, 음악 등 다양한 교과목의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면 아이들도 공부에 ‘큰 그림’을 그려본 뒤 접근하더군요. 생각이 확장되는 거죠.”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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