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코스피 3300되면 과열" 이례적 증시보고서
11일 코스피 급등후 약보합
금감원 참고논문 "3년내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 40%"
◆ 코스피 불안한 질주 ◆
금융감독원이 우리나라 코스피가 3300에 도달하면 '증시 과열'로 진단하는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증시가 과열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 체질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이 우리 경제의 특정 주가 수준에 대해 분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주목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로빈 그린우드, 새뮤얼 핸슨, 안드레이 슐라이퍼 하버드대 교수가 2020년 6월 발간한 '예측 가능한 금융 위기' 논문에 실린 거시경제 분석모형을 활용해 코스피 과열 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코스피가 3300선까지 오르면 버블(거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금감원의 이번 분석은 신용 팽창 수준에 따라 금융 위험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모형을 개발한 논문의 저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수치의 정확성도 검토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기준 가계신용, 기업신용, 주택 가격, 주식 가격 등을 적용해 코스피 과열 수준을 도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버드대 교수들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논문에 나온 모형에 지난해 6월 말 기준 데이터를 적용한 결과 코스피 3300선이 과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당 결과는 내부 임원들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석의 바탕이 된 해외 논문에서는 급격한 유동성 증가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대 저자들은 "지난 3년간 급격한 신용 팽창과 자산 가격 상승이 결합돼 향후 3년간 금융위기에 진입할 확률이 평시 7%에서 40%로 높아졌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6년 미국과 많은 여타 국가가 위기의 조짐을 보였던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0.12% 낮아진 3148.45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기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3조7432억원 순매도에 나섰고 외국인도 717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4조492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순매수로 방어에 나서면서 지수는 약보합에 머물렀다. 이전 기관 순매도 최고 기록은 1조9734억원(지난달 29일)이었다. 전문가들도 현재 주가 수준이 과열됐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을 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가 상승과 경제 성장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하더라도 코스피가 너무 급격히 상승했다"며 "주가가 끝없이 오를 수는 없는 만큼 하락세로 전환될 때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12월 데이터를 입력해 보고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증시도 과거와는 체질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수치만을 놓고 과열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2분기 중 다시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우려와 함께 이날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오전 10시 15분 코스피는 3266.23을 찍는 등 3200 선을 돌파했다가 오후 1시 30분 기준 3099.69로 떨어지는 등 장중 5% 넘게 출렁였다.
[김유신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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