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철수-오세훈 만남에 불같이 화낸 이유는?

장나래 2021. 1. 11. 17: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일문일답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단일화 회동’을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단일화 실패로) 3자 구도로 가더라도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 <한겨레>의 일문일답.

—오늘 비대위에서 단일화 회동에 대해 언급한 취지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건 자유인데, 단일화 협상을 어떻게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둘이서 한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당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단일화 협상을 둘이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치인들이 상식에 안 맞는 짓들을 하고 있다. 안철수 저 사람은 지금 우리 당 (사람들)을 상대로 여기저기서 만나면 뭐가 될 줄 아는데, 그런 식으로 아무 것도 안 된다. 단일화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안 대표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야권 단일화 협상 구도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한겨레>에 “이날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화가 잔뜩 나 보였다. 화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오 전 시장의 이상한 조건부 출마 선언과 오세훈-안철수 회동, 정진석 공관위원장의 당 대 당 통합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이 국민의힘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얘긴가? “(오세훈) 본인이 조건부 출마하는 건 개인 문제지, 우리 당하고 관계가 없다.” —오 전 시장이 조건부 출마선언을 한 뒤 만나지 않았나? “(만나긴 했으나) 나하고는 공감대를 형성한 게 하나도 없다. (그가 안철수와 만나는 건) 당 입장과 무관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 전 시장과 안 대표의 ‘단일화 회동’에 대해 비공개 회의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앞에 언급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무슨 출마를 제3자 이름을 들먹거리면서 하나. 당당하지 못하다. 안 대표를 만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해서 얻는 정치적 이득이 대체 뭐냐’는 취지로 오 전 시장을 비판했다”고 했다. 출마 명분 확보를 위한 개별적 단일화 논의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안 대표의 몸값만 높여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선통합 후단일화’ 주장했는데. “아침에 내가 직접 (정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통합이란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단계에 무슨 합당을 하겠나? 현 단계에서 합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 하면 된다.”
김 위원장은 정진석 공관위원장을 포함한 당 내 중진들의 ‘선통합 후단일화론’을 언급하며 “여기가 콩가루 집안이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오 전 시장과 정 위원장 등이 당 지도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당 대 당 통합론’을 점화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건 김 위원장도 얘기하지 않았나? “단일화는 우리 당 후보가 완전히 정해진 다음에, 3월에나 가야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단일화에 대해 얘기할 게 없다. 공관위는 우리 당의 후보 내는 것 말고는 다른 역할이 전혀 없다. 우리 당 후보를 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이 예상하는 단일화 시간표는 명확했다.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지는 3월은 되어야 단일화 논의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비대위원은 “재보선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이 선거 관리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다른 목소리는 내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우리 당의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는 안철수라는 이름은 언급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국민의힘-안철수 대표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단일화를 하자고 하다가 자기(안철수)로 단일화 안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사람이 출마하면 할 수 없는 거지 어떻게 하겠나. —단일화는 자신이 후보가 안 되더라도 승복하는 걸 전제로 하지 않나? “안 대표의 과거 행적으로 미뤄볼 때, 본인으로 단일화가 안 돼도 단독 출마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우리가 이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안 대표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당 비대위원들에게 1995년 3파전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순 전 서울시장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선거 초반 무소속인 박찬종 후보가 앞섰지만 결국 제1 야당 소속인 조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은 6주 연속 민주당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2513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0%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이 33.5%(지난주 대비 3.1%포인트 상승)로 29.3%를 기록한 민주당(0.4%포인트 하락)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당에서는 ‘안 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격앙’되는 김 위원장에 대해, “재보선 결과에 비대위의 운명이 걸린 상황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의원은 “재보선 결과가 대선은 물론 비대위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표는 당 후보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두 달 안에 안철수를 이길 자체 후보자를 키워낼 수 있느냐. 안철수와의 연합은 필수다”라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 당 후보가 될 수 있는 안 대표를 향해 ‘단일화 경선에서 져도 출마할 것’이라고 깎아내릴 필요가 있나.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