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리딩방'..가짜 HTS로 유혹
홈페이지 등으로 개인투자자 유인
위탁운용·수수료 명목 금품 갈취
지난해 불법 금융 행위 3배 '껑충'
전문가 "수사당국 신속대응 중요"
11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A 씨 사례처럼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개인 투자자를 유혹하는 무인가·위장 금융 투자업자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는 등 주식에 관심을 나타내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불법 주식 리딩방 등 개미들의 주머니를 노린 ‘음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인가·위장 금융 투자업자들은 보통 SNS를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한다. 이후 자체적으로 만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돈을 입금하게 한 후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인다. 그러나 대부분 사설로 제작한 홈페이지인 만큼 실제로 수익을 거두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청하면 수수료·세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유행했던 FX 마진거래 사기와 유사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일부 자칭 금융 투자업자들은 송 부장 사례처럼 위탁 운용을 종용하고 ‘깜깜이 수익’을 명목으로 추가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탁 운용은 자본시장법상 허가 받은 금융 투자업자만 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전형적으로 형법상 사기죄, 그리고 자본시장법상 무등록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금 보장을 약속했을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단톡방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유사수신행위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에서도 지난해 말 불법 주식 리딩방에 대해 소비자 보호 ‘주의’ 경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투자업 관련 사이버 불법 금융 행위 제보 건수가 495건으로 집계돼 전년(139건)보다 3배나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리딩방 관련 제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주식 리딩방 사기범으로부터 범죄로 얻은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식 리딩방 사기의 경우 차명 계좌나 현금 인출을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의도된 사기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기의 특징은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아닌 사설 업체가 벌인 사기라는 점에서 금감원 등에서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경찰 등 수사 당국의 재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동수사를 가급적 신속하게 해서 계좌를 빨리 압류하는 등 (사기범들이) 돈을 못 빼돌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페어 펀드(Fair Fund)를 응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오나 당장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페어 펀드는 자본시장에서 불법행위를 한 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후 이 자금으로 피해 투자자들을 보상하는 방안이다. 성 교수는 “페어 펀드가 도입되더라도 증권 불공정 거래 등에 제한적으로 쓰일 것”이라며 “리딩방 사기에도 적용하려면 아주 넓게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한민구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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