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부정적 사이클' 끊어내고 칭찬 한마디부터

한겨레 2021. 1.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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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Q. 큰애는 5살이고 작은애는 3살로 큰애의 활동력이 좋다 보니 아이를 많이 혼내게 됩니다. 둘째는 오빠인 큰애를 하나하나 따라 하려고 해서 더 화가 납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아동발달을 모두 잊어버리고 소리 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자괴감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도와주세요.

A. 전에 심리치료를 배우던 분이 연락을 해왔네요. 반갑기도 하고 육아의 어려움을 새삼 공감하는 시간이었어요. 아동발달에 대해 배우지 않은 부모님들도 육아가 어렵지만, 아동발달과 상담을 전공한 분들도 역시 육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인 욕구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발달상 어린아이인데 부모는 아이가 자기의 욕구를 참고 언니나 오빠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마음이 상충됩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부모가 된 성인들을 조사했더니 “너는 큰애니까 참아라”는 말이 참 힘들었다고 하네요.

자, 그럼 부모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육서에서는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혹은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안 된다는 제안이 참 많습니다. 이것저것 따라 하기도 어렵고 왠지 나만 부모로서 자격 미달인 것 같아 우울합니다.

내면의 마음은 아이의 상황과 부모의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근원적인 애착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부모가 조금 더 안전하게 다가가서 도와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조금만 더 참아보려 하지만 극성스러운 큰애가 활동성이 크다 보니 이것저것 엉망으로 만들거나 일을 그르치게 되고, 그것을 본 부모님들은 참다 참다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아이를 향해 윽박지르고 소리 지르고 야단을 칩니다. 옆집에 미안하리만큼 소리를 지르고 난 다음에야 아이는 조용해지고 부모도 조금 누그러집니다. 마음속에는 약간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 모든 게 아이 탓으로 여겨집니다. ‘쟤가 좀 얌전하면 내가 이렇게 소리 안 지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리에 든 아이의 얼굴과 눈물 자국을 보고 나서야 괜히 마음이 아픕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아이와 즐거운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일단 현재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부정적 사이클이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애가 태어났을 때는 그래도 아이의 존재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견디기도 합니다. 엄마도 첫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힘듦 사이에서 고민과 번뇌를 하면서도 부부가 힘을 합쳐 아이 하나를 키워내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 아이도 그런 자기를 향한 집중이나 관심들을 당연히 여기면서 살아옵니다.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큰애가 경험해온 감정이 분화되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기회가 많아집니다.

그것은 형제 관계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고, 부모 사랑에 대한 박탈감일 수도 있고, 경쟁 관계에 대한 불편과 두려움일 수도 있고, 자기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감정을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세상 모든 아이는 하나도 빠짐없이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끝없이 받고 싶고, 관심을 받아도 계속 받고 싶고, 이 세상에 자기 혼자만 부모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내면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행동은 삐치는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고, 화내는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고, 과잉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고, 동생을 아주 아끼거나 혹은 공격하는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내면의 마음은 아이의 상황과 부모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다양한 행동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근원적인 애착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부모가 조금 더 안전하게 다가가서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잠깐만이라도 긍정적인 행동, 예를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고 먹으려고 할 때 “우와, 너는 이거 정말 잘 먹는구나”라고 말해주는 거죠. 어쩌면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당연히 잘 먹겠지만, 그렇게 당연한 모습이라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아이는 조금 더 잘해보려는 마음이 덩달아 생깁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다들 알고 계시죠? 그래서 아이가 조금씩 더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거예요. 아이 스스로 엄마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하고 칭찬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우연히 한 행동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 칭찬받고 관심받은 것이 혼난 것보다 훨씬 더 좋았음을 경험해야 또다시 긍정 행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 마음이 자꾸 모아져서 내면화되어야 좋은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요.

아이를 키울 때 부정적 사이클에 갇히면 부모는 아이의 과잉행동을 지적하게 되고, 그런 관심을 받은 아이는 또 그 행동을 하게 되고, 동생은 당연히 관심받는 형 혹은 오빠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됩니다. 이 사이클이 형성돼 있음을 느낀다면 오늘부터 우리 큰애가 좋아하는 음식 하나 만들어주고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는 것으로 긍정 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최이선 ㅣ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 소장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mamhealing@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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