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상 징후'..개인 의존·대형주 집중·지나친 상승세에 '과열 경고등'

이윤주 기자 2021. 1.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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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개미들, 하루 4조4779억 순매수 ‘역대 최대’
호재만 보고 달려들어 ‘조정 압력’ 잠재…‘투자 양극화’도 우려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들이 11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4조4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는 진기록을 썼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활황이 개인투자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코스피 대형주에만 집중돼 있고,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상승률도 지나치게 높다면서 현재 시장이 과열이라고 판단한다. ‘호재만 보고 달려드는’ 투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경고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장중 3200선을 돌파한 3266.23까지 올랐다가 전 거래일보다 3.73포인트(0.12%) 내린 3148.4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7193억원, 기관이 일일 순매도 규모로 역대 최대치인 3조7361억원어치를 내다 팔았지만 개인이 이 물량을 모두 받아내는 공방전이었다. 이날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4조4779억원에 달한다. 종전 최대치였던 2조2205억원(지난해 11월30일)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성공적 투자경험을 다진 개인투자자들은 새해 들어서도 거침없이 증시에 자금을 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 자체가 높아진 데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원유ETN’ 투자 열풍과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향후 유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유가연계 상품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 금융당국이 ‘위험’ 수준의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개인들이 뜨거운 반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24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뚜렷하게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 개인들의 매수세에만 의존해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미로만 증시를 떠받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자금의 규모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증시의 방향을 좌우했던 것은 외국인 수급”이라며 “올해는 외국인 자금의 복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중심의 대형주,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위주로 시장이 오르는 점도 투자의 양극화를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1조7394억원, 3287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애플카를 위한 협력설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다. 그러나 이날 시가총액 20위 안에서 오른 종목은 7개뿐이고, 코스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주가가 오른 종목은 170개, 내린 종목은 712개로 상승세는 일부 종목에 쏠렸다.

‘1000 돌파’를 타진하고 있는 코스닥도 코스피와는 온도차가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1.16포인트(1.13%) 내린 976.6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디지털 뉴딜, 기술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수혜를 보는 업종과 아닌 업종 차이가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내수비중이 더 높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우 경기 회복세 전반에 훈풍이 불지 않는다면 온기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급등에 따른 피로도가 높은 만큼 쉬어가는 것이 낫다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낙관적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고, 가치평가 부담이 높아 조정 압력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 수개월간 대부분의 주식이 오르면서 어느 것이 더 탁월했느냐의 문제였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주식에서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점차 저물고 있다”며 “건전한 투자 방식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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