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물량공세 신호 '기대'..사실상 규제완화 신호 '우려'
[경향신문]
당장 주택 구매 욕구 시장심리 진정·집값 안정엔 효과
신속한 공급 위한 규제완화 불가피, 장기적으론 악영향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를 통해 주거 문제에 대한 첫 사과와 함께 “공급 확대에 특별히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부동산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대통령이 확실한 공급신호를 준 만큼 대기수요가 늘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환영과 공급 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결국은 집값을 떠받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대통령이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실으면서 시장심리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에 따른 임대차시장 불안이 내집 마련 수요로 전이되며 매매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 시장에 충분한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밝힌 역세권 고밀개발 등 도심권 주택 추가공급안에 힘을 싣는 내용”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에서 양질의 주택이 신규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 장관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역세권 및 저층주거지 고밀개발, 준공업지역 정비, 도시재생 연계사업 등 다양한 도심 주택공급안을 설 명절 이전 발표할 계획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을 ‘빨리’ 공급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줬다는 점에서 가격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전히 높은 구매수요가 대기수요로 얼마나 전환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공급 확대와 더불어 문 대통령이 “신속한 공급”도 콕 집어 언급하면서 공공재개발, 역세권 고밀개발 등 공공주도 사업 속도가 대폭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된 도심 주택공급안에서 “기존 재개발은 통상 10년 이상 걸려야 완료되지만 공공재개발에선 공공지원,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심 신축 공급의 경우 수요에 부응하는 측면은 있지만 문제는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며 “신속한 공급을 위해 비교적 사업 진행이 원활한 공공재개발이나 역세권 등 공공주도 사업 기간이 3~4년 수준까지도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공급 외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세제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부터 보유세가 많이 오르고, 집값도 예년보다 많이 오른 상태라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이 분명 있다”면서도 “양도세 등 거래세를 일부 완화해주면 절세용 매물이 시장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만 강조한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주거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한 사과는 문제의식도, 구체적인 대안 제시도 없다”며 “공급 확대에만 방점을 찍는 바람에 토건업체, 투기세력, 공기업 등에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신호만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작년까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다가 언젠가부터 공급 확대에만 매몰되고 있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선 결국 상당한 규제완화가 뒤따를 수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한편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 인구 감소나 가구 변화 등에 맞게 어디에 얼마나 더 공급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서울과 수도권 도심 중심의 공급 확대 계획이 지방 부동산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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