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文대통령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갭

박현욱 기자 2021. 1.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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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백신 스케줄 없는 일상의 회복이나
기업 자율·지원 비켜간 경제회복론
北 비핵화 빠진 남북문제 언급까지
대통령 신년사 현실과 간극 너무 커
[서울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제시한 “회복·도약·포용”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내용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우리의 일상과 경제를 회복하고 선도 국가로의 도약을 이루며 국민적 화합과 포용을 이루는 신축년 한 해가 되기를 우리 모두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점에서 새해를 맞는 대통령의 꿈과 국민의 꿈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주요 내용이 과연 이러한 꿈을 이루게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말들의 나열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말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다. 신년사에서 강조한 일상의 회복과 경제 도약 그리고 남북문제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이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렸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보다 코로나19 확진자나 사망자의 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위기에 강한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자세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는 다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을 겪고 있고 백신 확보와 관련한 늦장 대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오는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과 무료 접종 카드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일부 국가들에서는 봄이 되면 코로나19 종식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백신 도입의 정확한 스케줄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지금은 말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봄이 되면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불만이 터져 나올 위험이 크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마스크를 벗기 시작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쓰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

둘째, 경제 회복과 선도 국가 도약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선방했고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른바 ‘BBIG’라 불리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 산업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이러한 산업들을 위해 정부가 특별히 잘한 것은 없다. 우리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한발 앞서 투자한 덕분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선도 국가로의 도약이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통해 가능할 것처럼 인식하는 듯하다. 그것도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 균형 뉴딜에 두겠다”고 하면서. 산업 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역할은 어디까지나 규제나 간섭보다 자율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집값 폭등 문제의 근원도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 때문이다. 시장과 싸우기보다 시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관계 관련이다. 최근의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반영한 듯 이번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 이슈를 비교적 간단히 다뤘다.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 비전을 언급하면서 방역이나 보건 관련 협력 등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대회에서 비본질적 이슈들이라고 꼬집어 말한 얘기를 꺼냈다. 바로 엊그제 북한이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온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얘기는 동문서답이고 생뚱맞은 것으로 들린다.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우리나라 안보의 최대 과제는 북한의 잠재적 핵 공격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가 최선이지만 문 대통령 신년사에서 비핵화라는 용어는 아예 빠져버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요구와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뛰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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