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가 어떻게 '분리보호'를 요구?"..복지부·경찰에 공개 질의
정인이사건 대응·입양 절차·아동보호체계 현황 물어
"실효성 있는 대책 위해 인력·예산·인프라 뒷받침"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 사건을 방지할 수 없었던 원인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공개 질의했다. 아울러 이들은 비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정인이 사건 대응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아동학대를 의심한 사건들에서 경찰이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1·2·3차 신고에서 모두 지속적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16개월 영·유아인데도 ‘분리 보호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이유 등을 물었다.
또 입양 절차와 관련해선 △서울가정법원이 정인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양부모 입양 적격성을 심사하고자 거친 절차 △홀트아동복지회와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공조 내용 등을 질문했고, 아동보호체계에 대해선 △정부 계획안에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725명에서 664명으로 줄어든 이유 △분리되는 아동이 지낼 쉼터 확보 여부 등을 질의했다.
이들 단체는 “양천 사건(정인이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정부가 진상조사를 착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정부가 양천 사건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못한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과 입양 시스템에 대해 즉각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실책이 있다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해당 질문의) 답변을 토대로 아동 학대 대응 업무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실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 증원과 아동 보호 인프라 확충, 이를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쏟아지는 법안과 대책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어 “이번 사건은 아동 학대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게 분명하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 오작동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지만,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유체이탈 졸속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단체들은 “아동의 안전을 핑계 삼아 행정편의적 업무 수행과 강력 대응의 내용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작 피해 아동이 원하는 것인지, 피해 아동의 의사는 어떻게 반영하고 아동 최상의 이익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무엇보다 아동 중심적인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존 정부가 발표한 대책조차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실효적 시스템이 현장에서 돌아가기 위한 인력·예산·인프라에 대한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아동 학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수많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치권은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예산 등 실질적 지원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날 발표한 공개질의서 내용에 대한 답변을 오는 18일까지 공개적으로 밝혀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요구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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