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 "정장 한 벌로 취준생도 '멋질 권리' 되찾기를"

박현욱 기자 2021. 1.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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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기죽은 청년들도 '멋질 권리'가 있어요. 취업 준비생들에게 정장 한 벌 대여해주는 것이지만 그들이 당당하게 도전하는 데 작은 힘이 됐으면 합니다."

정장 대여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의 김소령(50) 대표가 꼽는 새해 소망 중 하나는 취업 시장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열린옷장에는 정장 3,000여 벌과 셔츠·구두 등 아이템 9,000여 점이 있는데 대여비가 저렴한 것은 이 옷들이 모두 기증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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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청년에 면접용 정장 대여
코로나로 채용 않는 기업 많아져
작년 대여 횟수 30% 줄었지만
기증자 등 도움의 손길은 늘어
응원 메시지·감사편지만 2만통
"청년들 멈추지 말고 당당하길"
김소령 대표가 열린옷장 대여 공간에서 면접 정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열린옷장
[서울경제] “취업난에 기죽은 청년들도 ‘멋질 권리’가 있어요. 취업 준비생들에게 정장 한 벌 대여해주는 것이지만 그들이 당당하게 도전하는 데 작은 힘이 됐으면 합니다.”

정장 대여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의 김소령(50) 대표가 꼽는 새해 소망 중 하나는 취업 시장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채용·면접이 무산돼 빌린 옷을 일찍 반납하러 오는 청년들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옷 대여 건수가 전년에 비해 30% 정도 줄었는데 코로나19 탓이 큰 것 같다”며 “옷을 빌리는 취업 준비생의 표정에서 절박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건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열린옷장은 8년째 청년들에게 면접 정장을 빌려주고 있다. 정장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한 4일간 3만 원의 대여비는 지난 2012년 오픈 이후 그대로다. 열린옷장에는 정장 3,000여 벌과 셔츠·구두 등 아이템 9,000여 점이 있는데 대여비가 저렴한 것은 이 옷들이 모두 기증품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기증자는 7,000명, 대여 건수는 14만 건에 달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증자가 더 늘었다”며 “자택 근무나 옷장 정리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취업 전선에서 악전고투하는 청년들을 돌아보는 마음이 커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열린옷장 사무실에는 기증자가 옷을 기증하며 남긴 응원의 메시지와 대여자의 감사 편지 2만여 통이 비치돼 있다. 편지 중에 지난 세밑 옷을 기증한 데이터 엔지니어 이 모 씨는 구직 당시 면접관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때를 묻는 말에 ‘지금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며 취준생에게 지금 상황이 더 힘들겠지만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 대표는 “대여자가 합격해 다시 열린옷장에 기증자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취준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줘 고맙다는 편지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소령 대표가 열린옷장 대여 공간에서 면접 정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열린옷장
열린옷장의 조력자는 기증자뿐만이 아니다. 전문 세탁을 맡아주는 하남시 ‘나룰명인’ 세탁소를 비롯해 2020년 말 정장 500여 벌을 기증한 롯데홈쇼핑이나 마케팅 물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한 오비맥주 등 기업들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도 등 12군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면접 정장 대여비를 지원해 현재 열린옷장 대여자 60% 정도는 무료로 옷을 빌리고 있다. 김 대표는 “4년 전 서울시와 손잡고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청년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열린옷장은 2년 전부터 법무법인 ‘별’의 지원을 받아 청년들의 법률 문제도 상담해주고 있다. 비영리단체 ‘바라봄’과 손잡고 저렴하게 지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열린 사진관’도 열었다. 그는 “청년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들에게 시급한 문제들이 보였다”며 “직장 생활 선배로서 힘을 보태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소령 대표가 열린옷장 대여 공간에서 면접 정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열린옷장
광고 업계에 17년간 몸담았던 김 대표는 카피라이터로 이사직까지 올랐지만 다른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수년간 사회봉사 참여 후 2012년 열린옷장을 설립했다. 현재 10명의 청년 직원 ‘옷장지기’들이 열린옷장을 꾸려가고 있다.

청년들에게 넓은 시야로 다양한 도전을 주문한 그는 “어렵다고 멈추지 말고 무엇이라도 시도해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당당했으면 좋겠다”며 “무작정 남들을 따라가기보다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의 틀도 바꿔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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