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스크 대란'에 납품 못한 업체 "입찰 제한 정당"

전현진 기자 2021. 1.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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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3월5일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과 연결된 농협 하나로마트 서대문점 앞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마스크 공급 계약 물량의 1% 가량만 납품한 유통업체에 대해 3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업체는 정부 마스크 안정화 대책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는 유통업체 A사가 선관위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 자격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 3월 초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와 마스크 41만4200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공급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4000개만 납품했다. 선관위는‘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A사의 입찰 참가 자격을 3개월간 제한했다. 계약보증금 7800여만원도 국고로 환수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입찰 자격이 제한되면 공공 조달 계약에 입찰할 수 없다.

A사는 “입찰 제한과 보증금 환수 조치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A사 측은 도매업체인 B사로부터 마스크를 공급 받아 선관위에 납품할 예정이었는데, 이 B사가 ‘이미 확보한 물량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해 이를 신뢰했으나 공급받지 못했다고 했다.

A사 측은 “계약 직전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세우면서 마스크 가격이 급등해 납품할 수 없었다”며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사가 마스크를 공급하지 못한 건 미숙한 업무 처리와 안일한 대응 방식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마스크의 수요와 공급이 코로나19의 확산세, 대중의 공포 등으로 인해 요동치는 현상은 더 이상 불가항력적인 변수로 치부할 수 없다”며 “(A사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반드시 미리 필요한 만큼 마스크를 확보해 두거나 그에 준하는 대비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B사의 말을 만연히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시 갑작스럽게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선관위와 마스크 1개당 1800원 정도에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가격이 올라 1개당 약 3500원에 마스크 4000개를 어렵게 구해 손해를 보고 납품했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에서도 사정을 다 안다. 계약을 이행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웠다. 업무가 미숙하고 안일했다는 법원의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A사는 지난 8일 항소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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