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안철수 진통'..국민의힘 "그게 누구든 2번이 승리"

유경선 기자 2021. 1.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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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일색' 분위기에 김종인 격노..정진석 '통합 구상'도 발단
국민의당 "통합은 국민의힘 밖에서"..김종인 "安 언급 그만" 단속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국민의힘이 1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당내 진통을 노출시켰다.

진통의 근원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다. 선거 분위기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데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안 대표가 띄운 '야권 단일후보'란 열쇳말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각자의 구상으로 반응하면서,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보궐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본인의 출마선언에 안 대표를 끌어들이면서 이 현상은 더 심화됐다.

여기에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이 밝힌 '통합 구상'이 결정적 발단이 됐다. 이 구상이 '당 대 당 통합'이란 해석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원들 앞에서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 단일화 구상에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하는 한편, 안 대표가 입당해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둘러싼 논의들이 세간의 관심을 국민의힘에서 안 대표로 돌리게 한다며 탐탁지 않아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메시지 단속령'이 내려진 만큼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 작업과 함께 자체 후보를 언급하는 데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구상' 정진석 "安 기호 2번이어야…김종인과 이견 없다"

정 의원은 자신의 통합 구상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큰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주제로 벌이는 단일화 논의는 선거공학적 야합에 가까우며, 대통령선거까지 길게 바라보는 '대승적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방법론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봤다. 그는 "입당이니 합당이니 하는 건 이질적 개념이 아니다"라며 "통합 결심 없이 입당이나 합당을 결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2020.12.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그는 "예를 들어 범야권 대통합 전당대회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새 둥지가 마련돼서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밖에 있던 명망가들이 그 둥지로 들어와서 힘을 보탤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입당이나 합당 같은 방법론보다 '통합'이라는 본질이 우선이라는 것이지만, 그는 그럼에도 안 대표가 단일후보로 결정된다면 기호는 반드시 2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제1야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과의 이견은 없다며 "오늘 김 위원장과 만나 전혀 의견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어쨌든 방점은 들어와서 선거를 치르라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플랫폼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정진석 구상은 安의 '야권혁신플랫폼'…제3지대에서 해야"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야권을 대표하는 울타리가 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양당이 단일화 논의에 전념하는 것이 서울시민의 피로도를 높일 것이라며 정책경쟁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 의원의 '새 둥지' 구상이 안 대표의 '야권 혁신 플랫폼' 제안이라고 요약했다. 안 대표의 제안과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는 부분은 그 울타리가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나 정권교체에 대한 정 의원의 깊은 고민은 높이 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단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러 명이 얘기하듯 당 밖에서 확장성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태섭 전 의원 같은 경우도 혁신의 이미지와 중도 확장성이 있는데, 이런 분들과 재야인사 등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야권 전체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동의 목표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야권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방법"이라며 "지금은 서울시의 혁신을 위해 여러 정책안들을 놓고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지, 경선이나 통합문제로 혼란이 가중되면 국민이 피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安 언급 그만" 자체후보 강조…"3자 구도에서도 승리 가능"

한편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거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 국민의힘 자체 후보로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가 열리기 전 비대위원들과의 티타임에서 "왜 자꾸 안 대표를 끌어들이는지 알 수 없다" "더는 안 대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며 언짢은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취재진과 만나 보수야권의 보궐선거 분위기가 안 대표를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정당 통합이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무산된 경우를 가정한 '3자 구도' 선거에 대해서는 "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이 메시지 단속에 나선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당분간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보다 자체 배출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가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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