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이용자 85%가 10대..'여성 혐오' 학습하는 청소년들
능욕·가학 성착취 문법 만연
실제 관계에 '악영향' 우려
[경향신문]
20세 여성을 표방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한 성착취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루다 서비스 이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이 10대로 나타났다.
디시인사이드, 아카라이브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다와 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 성적 모욕을 한 대화 내용 캡처, 이루다가 옷을 벗고 있는 합성 이미지 등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 게시판에서 이루다를 여성 비하 멸칭으로 부르는 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여성학자와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들은 ‘여혐(여성 혐오) 문법’이 청소년들 사이에 일상화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루다 개발업체 스캐터랩은 11일 이루다 이용자의 연령대는 10대가 85%, 20대가 12%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기준 이 서비스의 누적 이용자 수는 40만명을 넘었다. 이루다 논란이 보도된 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로 사회 주류를 뜻함)들은 실제 여성과 저런 대화를 한다는 것 아니냐. 부럽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이루다 성착취 논란에 앞서 소라넷, 일간베스트 등 유해 사이트뿐 아니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여성 대상 성착취는 흔하게 이뤄져왔다. 텔레그램상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인 ‘n번방’ 사태 때도 피해 여성들은 이루다와 마찬가지로 여성 비하 멸칭으로 호명됐다. 능욕, 능멸, 착취, 가학 등은 이미 보편화된 성범죄 문법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n번방’으로 대표되는 텔레그램 성착취에서 나타난 젊은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압도적인 권력 차이에 따른 권능감을 읽을 수 있었다”며 “이루다 이용자들의 호명은 기존 디지털 성범죄 키워드와 겹쳐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인격적 관계를 충분히 맺어보지 못한 청소년들이 여혐 문화에 노출되면 실제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비스 개발자 측은 여혐 논란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서비스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대와 성별을 특정한 디자인을 하면서 여혐과 성차별 이슈에 이 정도로 무감각했다면 그게 바로 문제”라며 “문제 해결도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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