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보단 공급이라지만..'양도세 중과 완화' 가능성 ↑
전문가들 "2~3년 공급 공백기 전 다주택자 매물 유도해야"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완화보다는 역세권 중심의 주택공급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양도세 완화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기에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남기 부총리 "다주택자 매물 내놓게 하는 것도 대책"
양도세 완화 배경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현재 (주택을) 3채 4채 가진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대책"이라며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 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15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앞두고 나와 더욱 관심을 끌었다. 회의 의제로 '양도세 완화' 방안이 올라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신년사를 통해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이 주택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한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할 때와 180도 달라진 것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의사표시이자 정책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에서도 양도세 완화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점검회의 의제로 양도세 완화 방안을 검토한 것은 맞다"며 "다만 기재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는 매물 유도를 위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중과하면 다주택자의 선택지가 좁아지는데, 이중 양도세를 낮추면 보유부담이 큰 다주택자의 경우 여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월1일부터 중과되는 양도세율은 최고 72%로 늘어난다. 지역에 상관없이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매매하면 양도차익의 70%를 세금을 내야 한다.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한 경우엔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로 최고 72%의 세율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다주택자에겐 세 부담 때문에 '매도'라는 퇴로조차 막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15일 부동산점검 회의에선 6월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장하거나, 일부 조건을 충족한 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역세권 공급대책 우선…전문가들 "2~3년 공백, 매물공급 필요"
상황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을 그으면서 달라졌다. 앞서 민주당에선 이낙연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진표 의원이 '양도세 한시적 감면'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고,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정책이 이제 효과를 내려는 시점에 이런 (양도세 완화) 말들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전혀 논의한 적도 없고,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양도세 완화를 통한 주택 매물 유도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신 역세권 용적률 상향과 맞물린 공급 아이디어가 부동산 점검회의의 핵심의제로 채택될 예정이다.
역세권 활용방안은 지하철 역세권 반경을 현행 350m에서 500m로 확대하고, 역세권의 평균 용적률을 160%에서 300%, 최대 700%까지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현재 서울시내 역과 역 사이의 평균 거리가 1㎞임을 고려하면 지하철 노선 주변부 대부분이 후보지가 된다. 이밖에 정부 안팎에선 양도세 완화 외에에도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회의를 통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완화 가능성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장 빠른 공급대책 안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이 시장의 숨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새로 짓는 방식의 공급대책은 최소한 2~3년의 공급공백 시기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 시기의 공급 부족을 충족할 방안으론 현재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세형평성을 위해서도 거래세인 양도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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