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90]천년의 빛이 감도는 영광, 슬로우 푸드 중심 고장

2021. 1.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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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언택트) 관광지 영광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사람 간의 대면이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고 안전한 비대면(언택트) 관광지에 목이 말라 있는데 영광군이 최적지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영광군에는 대한민국 경관 대상을 수상한 ‘백수해안도로’, 세계최대 상사화 군락지를 품은 ‘불갑사 관광지’, 전남 최고 높이인 111m 바다 전망대인 ‘칠산타워’ 등 관광 명소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 브랜드 ‘영광굴비’, 모싯잎 송편, 찰보리빵 등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다. 서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16.8㎞가량 펼쳐진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전남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기암괴석과 광활한 갯벌, 불타는 석양이 만나 황홀한 풍광을 만들어내 찾는 이에게 건강한 힐링을 선물한다.

왜 칠산(七山) 바다일까?

백수해안도로 노을 전시관에서 바라본 칠산 바다와 염산 향화도 칠산 타워에서 바라본 칠산 바다가 24시간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마치 칠산 바다와 마주한 듯 장엄한 경관에 마음을 뺏긴다. 그런데 영광군의 랜드마크인 칠산 바다를 보면서 문득 드는 의구심 하나. 일곱 개의 섬이 떠 있는 바다인데 왜 섬이 아닌 칠산이라고 했을까?

먼 옛날 칠산 바다는 원래 육지였고 일곱 고을이 있었다고 한다. 일곱 개의 산봉오리 아래 작은 마을들이 모여 살았는데 그 마을에 마음씨 착한 서씨라는 노인이 있었다. 하루는 왠 나그네가 찾아와 후한 대접을 했는데, 다음날 나그네는 “이곳은 얼마 안 가서 바다가 될 터이니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고 한다. 서씨 노인은 그 말을 듣고 언제쯤 바다가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저 산 밑에 있는 돌부처의 귀에서 피가 흐르게 되는 때 바다가 된다’고 하고는 떠났다.

이 말을 들은 서노인은 날마다 돌부처를 정성스럽게 돌봤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그네의 말을 전하자 모두 서노인이 미쳤다고 조롱했다. 그러던 중 개를 잡는 사람이 몰래 부처님 귀에다 피를 바르고 갔다. 이튿날 아침 서 노인이 이를 발견하고 부처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니 동네 사람들에게 어서 피하라고 외치면서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산 중턱에서 소금 장수를 만났는데 소금 장수는 소금 지게를 받쳐둔 작대기 밑에까지만 바다가 되니 그만 올라가라고 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 번개가 치면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바닷물이 점점 밀려들어 마을을 삼키며 산 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불어나던 바닷물이 소금 장수 말대로 작대기 앞에서 멈췄다. 그렇게 해서 일곱 개의 산봉우리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섬이 되었고 칠산 바다가 되었다는 전설이 영광군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전설이 깃든 장소는 예사롭지가 않다. 필자는 서노인을 도운 소금 장수가 영광군 대표 먹거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소금 장수의 전설이 깃든 지역은 영광 법성포라고 본다.

조기 떼 우는 소리로 밤잠 설치던 칠산 바다

송이도와 법성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일곱 개의 작은 섬들이 칠산(七山)이다. 옛사람들은 이곳을 ‘칠뫼’라고 불렀고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지금도 ‘칠뫼’라는 말을 쓴다. 조기잡이를 이야기할 때 칠산 어장은 송이도, 안마도, 위도 안팎을 의미한다. 바다 노동요 뱃노래 중에 <조기잡이 노래>가 있는데 칠산 바다를 중심으로 해서 서해안 일대에서 많이 불렸다. 칠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기잡이>는 곡물로 치자면 쌀농사와 같은 것이었다. 만선(滿船)을 하면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었기에 조기철이 되면 전국의 배가 모두 칠산 바다로 몰려들었다. 그런 만큼 <조기잡이노래>는 그 어떤 바다 노동요보다 격정적이며 신명이 베어있다. 지금도 칠산 바다는 황금어장의 명성을 지키고 있지만 <조기잡이노래>는 자취를 감췄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조기잡이 배도 어부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축제이야기 영광편에서 <조기잡이노래>를 되짚어보고 싶다. 조기떼 우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는 옛이야기가 전설이 아니고 사실이기때문이다.

칠산 바다에는 조기 떼가 몰려오는 4월이면 ‘이여차 디어차 닻을 둘러매고/ 칠산 바다에 돈 실러 간다/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 부귀로 잘사는디 / 우리는 어쩌다 보니 /이 놈의 배만 타서 먹고 산다/ 수수억만금 벌어서 / 우리 청춘 만대라도 먹고 살게/ 바람아 강풍아 불지를 말어라/ 우리 영감님 칠산 바다로 돈 실러갔네’ 이 <조기잡이 노래>가 배들만큼이나 많이 넘실댔다. 옛날에는 ‘사흘칠산’이란 말이 널리 회자됐다. 칠산에서 사흘동안 일확천금을 하면 평생을 잘 살 수 있기에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조기가 칠산 바다에 머물다가 여타 서해안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그 조기는 칠산 조기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칠산 바다에서 잡은 고기라야 <영광법성포굴비>라는 명예로운 이름표를 붙일 수 있다.

비굴하지 않은 생선 영광굴비

잘 알다시피 굴비는 참조기를 말린 것이다. 조기는 예로부터 관혼상제에 널리 쓴 귀한 물고기였다. 풍부한 영양 덕분에 노인과 어린이, 산모의 영양식으로 사용해 기운을 돕는다는 의미로 조기(助氣)라 불렀다는 설과 조기를 먹으면 아침에 발기(勃起)한다라는 뜻으로 아침 조(朝) 일어날 기(起)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굽을 굴(屈) 아닐 비(非)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 16대 예종 때 알려졌다는 설이 있다.

당시 국사를 손에 쥐고 흔들었던 이자겸은 누이동생과 딸을 연이어 왕비로 들어 앉히고 척신 정치를 하면서 권세를 잡았다. 그러다가 임금에게 독이 든 떡을 바친 것이 들통나 영광에 유배되었고 이때 처음 영광 굴비 맛을 보았다. 개성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을 본 이자겸은 굴비를 자신의 사위인 인종에게 진상하면서 굴비에 ‘굴비(屈非)’라는 글씨를 써서 올려보냈다. 무고하게 유배되었으나 비뚤어지지 않고 태연하게 잘살고 있음을 굴비를 통해 알렸고, 그 후로 조기 말린 것을 ‘굴비’라고 불렀다는데, 이 또한 전설일 뿐이라고 본다. 이자겸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영광굴비’의 명성과 맛이다.

영광굴비 인기 비결

조기가 칠산 바다를 지나는 4월은 조기에 알이 꽉 차는 시기다. 알이 차게 배가 노랗게 될 무렵 곡우 언저리에서 잡은 조기를 해풍에 말려 법성포 들판에서 통보리 속에 묻어 보관한 것이 바로 영광굴비다. 법성포는 굴비를 건조하기에 최적화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칠산 바다에서 잡아 온 참조기를 일 년 이상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한 후 6개월 이상 숙성한다. 앞에서 필자가 언급한 칠산바다 전설에서 ‘소금장수’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성포의 갯바람은 낮에는 습도가 낮고, 밤에는 습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한낮에는 건조가 되지만 밤에는 굴비의 수분이 마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굴비의 육질을 쫄깃하게 만드는 최적의 조건이다. 해풍, 습도, 일조량이 명품 굴비를 만들어 내는셈. 여기에 영광군내 어업인들의 자정 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영광굴비와 다른 지역 굴비가 구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결단 있는 실행을 하고 있다.

예전에 풍류깨나 즐기는 한량들은 경치 좋은 정자로 놀러 갈 때 탁주 한병에 굴비 한 마리를 대롱대롱 매달고 갔다. 또 임금님 주안상에도 굴비가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 시대 풍습 중에는 친정어머니들이 굴비알을 모아두었다가 시집간 딸에게 몰래 넣어주기도 했는데 이런 옛 풍습 속의 굴비는 모두 영광굴비였을 것이라고 본다.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영광 모싯잎 송편

‘영광 모싯잎 송편’은 가공식품으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독특한 식품이다. 영광 모싯잎 송편의 지리적 표시 인증은 원재료가 세 가지 이상이 들어간 가공식품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영광군에서 생산되는 모싯잎, 동부콩, 쌀에 천일염(부재료)으로 만들어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농식품부가 인증한 ‘유일한 송편’이라는 점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 모싯잎 송편은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회분함량이 높다. 또 칼슘, 마그네슘, 칼륨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특히 칼슘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서해안의 깨끗한 갯바람으로 자란 모싯잎과 무공해 쌀, 동부로 정성을 다해 빚은 전통 웰빙식품 영광 모싯잎 송편은 지금 고부 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도약 중이다.

영광모싯잎송편 해외 시장 진출

전남 영광군이 지난 10일 (현지시간)부터 미국 LA 대형마트 내 전라남도 상설판매장에서 영광 농수산식품 판촉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군 농수산식품의 우수성을 해외시장에 알리고 수출 확대의 기반을 삼는 등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지역 내 수출업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행사다.

지난 7월 말 열렸던 판촉 행사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호평과 영광산 농수산식품의 인기에 힘입어 진행하게 된 이번 행사는 영광굴비, 모싯잎송편, 고춧가루, 새싹 보리분말 등 10개 품목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광모싯잎 송편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지리적 표시 인증’이라고 본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리적 표시 허가를 받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대상 지역에서만 생산, 가공한 것이어야 하고 품목의 우수성이 국내외에 알려져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리적 표시 대상 지역에서 생산된 역사가 깊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고 승승장구하고 ‘영광모싯잎송편’은 지역 경제를 이끄는 힛트상품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중소벤처기업부 제49차 지역 특화 발전 특구위원회 심의를 통해 영광 보리산업특구가 영광 보리·모싯잎 특구로 변경 지정됐다. 영광모싯잎 송편이 날개를 단 것이다.

전국 유일의 보리 특구

영광군은 농촌진흥청 새싹보리 특허기술의 이전과 사업화에 성공한 전국 유일의 보리산업특구다. 영광 친환경단지에서 남도의 해풍을 머금고 자란 무농약 새싹보리를 원료로 새싹보리 분말 및 환 등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싹보리 분말은 폴리코사놀(Policosanol) 등 기능성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식품소재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앞두고 있다.

보리의 어린 싹인 새싹보리는 보리보다 영양성분이 100배가 많다고 알려져있다. 철분은 시금치 24배, 칼슘은 우유의 4.5배, 필수 아미노산은 밀싹의 2.2배, 칼륨은 무려 사과의 20배라고 한다. 식이섬유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 몸에 좋은 슈퍼푸드로 각광 받고 있다.

영광군이 선정한 영광 9경(景)

영광은 우리나라 4대 종교문화 유적지가 모두 있는보기 드문 곳이다. 백제불교가 법성항을 통해 최초로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 생활에서의 도덕 훈련을 강조하는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원불교 영산성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교회 탄압에 항거하여 신앙을 지키려다 194명이 순교한 기독교인순교지, 조선 시대 신유박해로 인해 많은 천주교 신도들이 순교한 천주교인 순교지가 모두 영광에 있다. 영광군은 이 4대 종교 문화 유적지를 영광 2경(景)으로 자랑한다.

그리고 영광 1경은 서두에 언급했던 낭만적인 노을 아름다운 바다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백수해안도로다. 법성포를 통하여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최초로 세운 절로 알려져진 불갑사(3경), 서해앞바다의 비경과 낙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남 최고높이 111m 바다전망대 칠산타워(4경) 200여 그루의 소나무가 해변을 감싸 전남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가마미해수욕장(5경), 광주ㆍ전남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불갑 저수지 주변을 관광지로 조성한 불갑저수지 수변공원(6경), 매년 법성포단오제가 열리는 주무대로 국가지정 명승22호로 지정되어 있는 숲쟁이 공원(7경), 오랜 세월동안 파도가 만들어낸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조약돌이 약 1km 정도 이어져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송이도(8경), 풍부한 일조량과 하늬바람이 만들어낸 천일염전(9경)은 언텍트 비대면 시대의 최고 관광 명소다.

올해 영광군 대표 축제인 불갑산 상사화 축제, 법성포 단오제, 천일염 젓갈 갯벌 축제, 영광 찰보리 문화 축제, 백수 해안 도로 노을 축제, 곡우사리 영광 굴비 축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영광E모빌리티엑스포도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19시대가 겪는 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 시키는 지혜를 응집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중문화 평론가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유튜브채널 국민안내양TV 기획제작
전라남도 ‘남도장터’ 홍보방송 연출진행
시.군 홍보영상제작 기획연출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MBC .UBC.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문화체육관광부 ‘문화의 달’ 자문위원
(現)파주시 축제자문위원장 (문화경제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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