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 만들고 끝?..아동학대 후속 대책 외치는 국회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이른바 '정인이법'을 처리한 국회 내에서 예산·인력 확충 등 후속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 개정 만으로는 아동학대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근본적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 즉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고, 사법경찰관·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현장 출동 후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함께 본회의 문턱을 넘은 민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정당화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자녀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관련 법들이 안착하기 위해선 현장의 현실을 감안한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례 없이 발 빠른 입법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이 많다"며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시스템이 피해 현장에서, 가해자의 완강한 저항 앞에서 작동을 멈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최고위원은 "법이 제정됐다고 우리 사회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국회는 여론에 쫓긴 입법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정부는 이제라도 현장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정인이법에는 정인이가 없다'고 하는 전문가들의 질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현장에서 인력 및 전문성, 시설의 부족 때문에 제대로 예방·조치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네이밍만 붙이는 해결책은 정인이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인이 사건'이 주목받자 무더기로 법안을 쏟아낸 국회를 향해 "법 개정이 다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새 대책 마련 보다도 기존 대책의 현장 안착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쉼터는 현재 76곳 뿐이다.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더라도 보낼 곳이 없는 셈이다.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에 290명이 배치됐다. 올해 말까지 664명까지 늘어날 계획이지만, 사업초기 최소 필요인원 832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업무수행경비 등 사업비 지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앞서 '정인이 사건' 대책을 논의한 당정도 아동학대 정책 발굴·입법화 노력과 함께 기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논의했다. 당정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쉼터를 전국에 각각 130개소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는 3월 아동학대 즉각분리제 시행을 앞둔 만큼 시급히 이를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전문가정위탁제도에 대한 중앙정부 예산지원이 없고, 아동학대 예방‧대응 예산 대부분이 기금에서 편성돼 효율적 사업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동학대 예방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학대 피해아동 지원을 위한 '아동복지기금 신설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으로 운영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예산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7일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의 진료기록을 의료인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대응력 강화를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포함시키고 직무범위를 아동학대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방지 4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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