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환? 선거용?..'공급 정부'로 급선회한 文

박소연 2021. 1.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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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불안할 땐 '철퇴'를 들이댔던 현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

'도심 아파트'가 모자라다는 지적에 정부는 늘 주택 공급률 100% 통계를 내세우며 '투기 세력'이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항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현재 세 채, 네 채, 다섯 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정부가 강구할 수 있는 중요한 주택 공급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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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시장이 불안할 땐 '철퇴'를 들이댔던 현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규제'가 아닌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웠다. 이에 더해 주택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민간의 주택 공급을 방해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할 수도 있다는 기조로 돌아섰다.

■수요 억제 정부에서 공급 정부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에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급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스무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서 '공급부족설'은 금기어였다. '도심 아파트'가 모자라다는 지적에 정부는 늘 주택 공급률 100% 통계를 내세우며 '투기 세력'이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항변했다.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공급책으로 도심이 아닌 외곽 모델인 '3기 신도시'를 내놨다.

'부자 증세'를 표방하며 세금으로 다주택자를 옥죄었고,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독려하다가 별안간 이를 폐지하고 소급적용하기까지 했다. 그러는동안 집값은 뛰어올랐다.

정부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을 활용한 공급도 '영끌'하기로 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제시한 주택공급 방안 3종세트인 역세권 고밀개발,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개발이 모두 근거 법령을 마련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기존에 제시했던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인센티브를 더욱 확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간 자체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중이다. 민간을 유인할 수 있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민간 사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개선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있다.

특히 고분양가 관리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HUG가 지나치게 분양가를 억눌러 재건축 조합 등이 주택공급 일정을 미뤄버리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심지어 분상제 이후에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재건축)'의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5668만원으로 확정되면서 HUG 고분양가 심사 제도가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 퇴로 열리나
정부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촉진하기 위해 징벌성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시적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 이들의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현재 세 채, 네 채, 다섯 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정부가 강구할 수 있는 중요한 주택 공급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공급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의견과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 모두 여당의 원죄로 보궐선거를 치르는만큼 야당 후보들이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한데다 야당 인사들이 부동산 정책 차별화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권에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려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당근'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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