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한베리아'.. 영하 40도 북극은 어떻게 사는거야?

임규민 기자 2021. 1. 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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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러시아인 정착촌 바렌츠부르크의 풍경. 눈밭 좌측편에 설상차들이 주차돼 있다. /그루망 북극 관광 센터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오슬로 북쪽 2000여㎞. 북극점에서 1000㎞ 안쪽인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諸島). 9일(현지 시각) 러시아 현지 매체 러시아비욘드에 따르면 이곳 러시아인 정착촌 바렌츠부르크에서도 겨울나기가 한창이다. 여름철 석달가량을 제외하곤 항상 영하의 날씨를 유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이곳에서도 450명가량의 주민들이 상주하고 있다. 이곳 주민 티모페이 로고진씨는 “겨울철 우울하게 지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북단 정착촌 중 하나인 스발바르 제도는 전체 6만2700㎞ 면적의 1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군도다. 17세기부터 고래잡이를 위해 이용되던 이 섬들은 20세기 들어 석탄 채굴지로 각광 받으며 정착촌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정착촌은 10여개에 이르며 3000명가량이 살고 있다.

1920년 이 섬들에 대한 노르웨이의 자치권 행사를 인정하는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면서 이곳은 노르웨이 영토가 됐다. 대신 모든 조약 서명국은 이곳에서 석탄 채굴 등 경제 활동 권리를 보장 받았다. 이에 러시아·폴란드 등 각국 주민들이 이곳에 와 정착해 살게 됐다. 이중 러시아는 영사관까지 설치해 자국 국민들의 거주를 지원하고 있다. 바렌츠부르크는 비(非)노르웨이인 정착촌 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5도. 날이 조금 풀리는 6~9월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간이 영하 12~40도를 오르내린다. 6~9월도 평균 기온은 영상 5도에 그친다. 북극권 소식에 정통한 노르웨이 바렌츠옵서버에 따르면 겨울철 이들은 창문을 호일로 2~3중 덮어 추위에 대비하고, 집안 곳곳에 여분의 담요를 마련해둔다. 그러나 지나친 난방은 금물이다. 드미트리 막시모프씨는 “난방에만 의존하면 사계절 내내 이곳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야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일종의 적응 훈련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러시아인 정착촌 바렌츠부르크가 어둑한 풍경. /그루망 북극 관광 센터

대비할 건 추위만이 아니다. 극지방에선 동절기 극야 현상이 심하다. 여기선 1년 중 120일가량 해가 거의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된다. 로고진씨는 “겨울철 유일한 광원(光源)은 랜턴과 달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 햇빛을 거의 보지 못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곳 한 주민은 “많은 이들이 여기 사람들은 맨날 북극곰의 습격을 받고 집 밖으론 나가지도 못할 것이라 말하지만 전부 엉터리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겨울 스포츠를 활발히 즐긴다. 설상차를 수백㎞ 이상 몰고 바렌츠부르크 북동쪽에 위치한 또 다른 러시아 정착촌 피라미다를 방문하기도 한다. 피라미다에도 러시아인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동토(凍土)의 땅에도 여름은 찾아온다. 다만 여름철 이곳에선 더위가 문제가 아니다. 이곳 여름철 평균 기온은 영상 5~7도. 이들은 영상 10도만 돼도 두꺼운 옷을 벗고 티셔츠 차림으로 다닌다고 한다.

여름철 골치를 썩이는 건 백야다. 백야는 극야와 반대로 해가 거의 지지 않아 대낮이 늘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또한 이곳에서 120일가량 계속된다. 러시아비욘드에 따르면 이때 이곳 주민들은 잠을 청하기 위해 밤에도 창문을 커튼으로 온통 가려놓는다.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히 바른다. 극지방 햇빛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강렬해 잘 타기 때문이다.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러시아인 정착촌 바렌츠부르크의 풍경. /그루망 북극 관광 센터

이 시기 이곳 주민들이 각별히 신경 쓰는 건 ‘고양이 보안’이다. 스발바르 제도에선 생태·환경적 이유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게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곳 일부 주민들은 집 안에만 있어도 잘 지낼 수 있는 고양이를 몰래 기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비욘드에 따르면 이들은 해가 항상 떠 있는 여름철엔 노르웨이 당국에 들키지 않도록 고양이를 집 안에만 잘 숨겨놓는다.

1980년대까지 스발바르 제도엔 2400명 가까운 소련인이 거주했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던 1990년대 상당수가 러시아 본토로 귀환했다. 오늘날 이 지역에선 석탄 채굴 등 광업뿐 아니라 북극권 과학 연구·관광업 등에 많은 주민들이 종사하고 있다.

한편 이곳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그루망 북극 관광 센터 직원 알렉세이 카르가신씨는 “스발바르는 코로나 사례가 없는 지구상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작년 봄 이후 모든 식당·술집이 방역 수칙을 준수해 2시간마다 소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도 마스크를 꾸준히 착용한다. 현재 이 제도에 들어올 수 있는 건 노르웨이인과 노르웨이 본토에서 10일간 격리를 마친 이들뿐이다. 로고진씨는 “상황이 어쨌든 우린 어떻게든 즐겁게 지내려 한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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