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택 이상이 1채씩만 팔아도 48만가구인데".. 양도세 완화 무산에 아쉽다는 전문가들

연지연 기자 2021. 1.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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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급대책의 하나로 거론되던 양도소득세 한시 완화 방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공급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효과가 기대됐는데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도세 완화는) 검토한 적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연초부터 당정이 주택 공급대책의 하나로 양도세 완화 조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기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주택을 3~4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말하면서 양도세 완화가 힘을 얻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바라본 강남 재건축 아파트(앞쪽)와 뒤로 보이는 강북 아파트.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 기대한 것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효과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주택 1채씩만 팔아도 수십만 가구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3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는 29만3000명, 4채 이상은 7만6000명, 5채 이상은 11만8000명이다. 만약 양도세 완화를 통해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가 1채씩만 매물로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총 48만7000가구가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이는 서울 가락동의 헬리오시티(9510가구) 같은 단지가 50개 새로 생기는 것과 맞먹는 수치이면서 3기 신도시 예정 물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주택이 1만가구만 동시에 공급돼도 주택 가격은 물론 임대차 시장에도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큰 편이다. 2018년 12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단기간에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인근 지역까지 전세가격이 한달 새 1억~2억원 가량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018년 12월 입주 초 헬리오시티 전용 59㎡는 5억5000만~6억원, 전용 84㎡는 6억5000만~7억2000만원 선에서 호가가 나왔다. 가락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는 "그땐 잔금시점에 전용면적 59㎡가 4억원 초반대에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 전용 59㎡의 전세 물건이 올해 초 10억원에 계약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싼 값이다.

물론 양도세 완화는 부동산 투자에 따른 시세차익을 법대로 환수하지 않은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5.36%였다. 아파트는 7.57% 올랐다. 주택 가격을 곧 안정화할 것이라는 정부 말을 듣고 무주택자 상황을 지속했던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급 확대로 인한 시세 하락 효과는 결국 무주택자가 상당 부분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택의 대량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3기 신도시의 경우 보상 문제 등이 산적한데다 노원구 태릉 부지나 경기도 과천청사 부지 등은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양도세가 완화된다면 주택 공급 측면에선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서 "올 한해 나오는 매물까지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등 충분한 시간을 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양도세율은 징벌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에서 받아들일만한 세율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을 등돌리게 하는 양도세 완화는 쉽게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더 그렇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양도세 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엉켜버린 상황을 제대로 푸는 일"이라면서 "주택 가격 안정화에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도와주는 정책을 함께 내주는 것이 정책 우선순위에 둘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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