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코스피3000, 경제성과".. 전문가 "실물-주식 괴리 우려해야"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 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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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9번 언급했지만 구체적 계획 없어
공정3법·노동3법 통과했지만… 文 대통령 "소통 강화"
"韓경제, 2~3년 성과아냐… 실물 괴리, 유동성은 불안요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2021년 신년사에서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며 경제 회복을 역설했지만, 경제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침체와 고용위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없이, 코스피3000과 K방역, 한국판 뉴딜 등 정책 홍보에 바빴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코스피 3000 등을 현 정부의 경제성과로 홍보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대로 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스피 3000 등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자산시장 버블의 단면이라는 이유에서다. 코스피 3000이 반가운 일이지만, 경제정책은 부정적인 요인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3000, 부동산 과열은 불안 요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하지만, 소비, 고용, 투자 등 실물 경기 지표와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괴리는 향후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지난 6일 3000선을 넘어선 뒤 3거래일 만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달(11월)보다 0.9% 상승했다.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연간으로는 5.3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실물 경제를 보여주는 소비는 지난해 11월 기준 2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2만명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8만7000명 감소) 때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국가재정 운용과 유동성 제어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차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은 554조7000억원이었다. 2019년(결산 기준) 723조2000억 원이던 국가채무가 1년 만에 123조7000억원 불어났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7.7%에서 43.9%로 6%포인트 이상 훌쩍 뛰었다. 국가채무비율과 상승 폭 모두 역대 최대치다.

성 교수는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실물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 등 노력과 수단에 대해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실물과 관련해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한국 경제가 부동산 등 여러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안올랐던 것은 사실이다. 유동성이 풀린 가운데 상승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그 속도가 문제"라며 "3000까지 너무 빠르게 올랐다. 더군다나 부채로 주식을 하는 일이 늘었다는 점에서 금융리스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주식은 부동산보다 훨씬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주식 상승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하는건 좀 그렇다"고 덧붙였다.

◇‘소통’ 강조하지만, 체감 못한 경제계… "상호 모순적 메시지"

문 대통령의 이번 신년사 주요 키워드는 ‘경제’와 ‘회복’이었다. ‘국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총 29번이 나왔다. 경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17번)한 단어였다. 이에 지난해보다 12번이나 더 언급된, 경제가 이번 신년사에서 핵심 키워드로 평가된다.

다만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업 지원책이나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한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 등을 언급하며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여전히 재계와 온도차를 보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회복과 도약이라는 메시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재정으로만 언제까지는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순 없다"며 "결국 기업이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정부는 성장을 지원한다면서도 노동 이슈나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선 기업에 더욱 불리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상호 모순적인 메시지보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국회에서도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신년사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주가지수 역시 2000선 돌파 14년 만에 주가 3000시대를 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래 경제에 대해서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며 "G7 사례는 후진국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G7 정도에서 하나(이탈리아)가 안 좋아진 정도인데, 그걸 전면에 내세웠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성과는 2~3년 활동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 대한민국 70년 발전의 결과다. 지금 정부의 공여도가 적은 데 모든 걸 정부가 잘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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