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협언 제안에 신중한 현대차.. 시장 개척엔 得, 하청 전락 땐 失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005380)에 협력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애플에 테슬라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직접 밝힌 적이 있어 이번 협력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협업이 성사된다면 현대차에게 득과 실이 모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팬덤'이 있는 애플과 협업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엔 유리하겠지만 개발에 투입할 인재와 자금이 있는지, 협력 업체들의 생태계가 구축돼 있는지 등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024년 애플카 출시를 목표로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다수의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여서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도 현대차 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벌써부터 두 회사의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선 애플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한 것은 애플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플이 자동차 업체와 함께 애플카를 만들게 되면 자율주행 시스템 등 차량 소프트웨어는 직접 개발하고 차량 제조기술은 자동차 업체로부터 수혈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들은 전기차 효율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효율성이 테슬라 다음으로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춘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E-GMP)를 포함해 테슬라, GM, 폴크스바겐, 도요타 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있으면 내연기관 플랫폼에 배터리를 얹은 것에 비해 공간 효율성, 안전성 등이 월등히 높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업이 유리한 면은 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팬덤'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보다 수월하게 개척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용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빠른 시간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애플과의 협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자칫 현대차가 애플의 하청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드는 방식처럼 애플카를 만들때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해 생산하는 제조자 설계생산(ODM) 방식을 채택하면 현대차가 애플의 간섭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애플에 주도권을 뺏기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이미 반자율주행 기술을 어느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애플과 협력하지 않아도 독자적인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 3의 자율주행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앱티브(Aptiv)와 자율주행 연구를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 '모셔널'을 통해 무인택시 사업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낮은 수익성도 현대차에겐 고민거리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를 위탁생산하는 사업의 수익성은 일반적으로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준성 메리츠증권 선임 연구원은 "자동차 제조기술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우려하는 상황까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중을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보틱스 20%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의 협업을 할 수 있는 여유 자원을 현대차가 과연 갖추고 있냐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현대차는 패스트 팔로워(추격자)였기 때문에 인재든 자금이든 여유 자원을 갖추기보단 다른 업체들을 쫓아가기 급급했다"며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보틱스 20%라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모자른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애플과 협업하게 된다면 갖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우선 순위를 정하는게 최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 업체들의 생태계도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하는 숙제도 있다"며 "국제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지, 법과 제도가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 제품이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소비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당신이 겪는 그 증상의 이름은 ‘시들함’
- 中, 석화단지 또 증설 완료…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 [2024 연말정산]⑥ 10일 남은 2024년… 막판 절세 포인트는?
- [정책 인사이트] 스크린 파크 골프장·PC방·건강관리실로 변신하는 경로당
- [시승기] 비·눈길서도 돋보이는 ‘포르셰 911 카레라’
- 무너진 30년 동맹…퀄컴, ARM과 소송서 승소
- “탄핵 시위 참가자에 음식·커피 주려고 내 돈도 보탰는데 별점 테러” 자영업자들 하소연
- 中에 신규 수주 밀린 韓 조선… “효율·경쟁력은 더 높아져”
- 치솟는 프랜차이즈 커피값에… ‘한 잔에 500원’ 홈카페 경쟁
- 늦은 밤 소주잔 기울이며 직원 애로사항 듣는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 ‘사람’과 ‘소통’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