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한국에 이란 동결자금이 가장 많은 이유는 / 박민희

박민희 2021. 1.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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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사건 이후, 많은 이들이 한국의 두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 원유 대금 약 70억달러(약 7조6천억원)와 한국은행에 예치된 이란 멜라트은행의 지불준비금 약 20억달러(2조1800억원)에 주목하게 되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로 각국 금융기관에 동결된 이란 원유 결제대금 가운데 한국에 묶인 액수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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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사건 이후, 많은 이들이 한국의 두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 원유 대금 약 70억달러(약 7조6천억원)와 한국은행에 예치된 이란 멜라트은행의 지불준비금 약 20억달러(2조1800억원)에 주목하게 되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로 각국 금융기관에 동결된 이란 원유 결제대금 가운데 한국에 묶인 액수가 가장 크다. 일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15억달러 규모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내 이란 원유 결제자금이 200억달러라는 보도가 있지만,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무역도 하고 있어 동결 상태인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왜 한국에는 이토록 많은 이란 자금이 동결돼 있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미국의 제재 이전에 이란과 한국의 교역이 매우 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은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대립하게 된 이란은 유럽국가들에 다가서는 ‘서진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1992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계 쿠르드족 지도자가 암살된 ‘미코노스 사건’의 배후로 이란 정보 당국이 지목되면서 유럽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란은 이후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동진정책’을 추진했는데,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이란인들은 일본에 대해선 미국과 너무 긴밀하다며 거부감이 있었고, 한국에 훨씬 우호적이었다. 이란 주요 은행인 멜라트은행은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에는 지점이 없다. 유럽 기업들이 빠져나간, 인구 8천만명이 넘는 거대한 이란 시장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제품은 전자·자동차·화장품·의료 분야 등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010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시행하자 한국과 이란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결제계좌를 만들어,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여기에 예치하고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수출하는 물품의 대금을 이 자금에서 지불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국의 에너지기업들이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 대금이 한국의 대이란 수출액보다 컸기 때문에 이 계좌에 돈이 쌓였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제재를 강화했고, 2019년 5월부터는 이 원화 결제계좌에 대한 제재 면제 연장도 미국이 거부했다. 당시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협상 담당자 사이에선 제재 면제를 연장하기로 합의가 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 준비 없이 70억달러를 이란에 돌려줄 통로가 갑자기 막혀버린 것이다.

이후 한-이란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일차적 책임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 미국 제재를 위반할 경우의 불이익을 생각하면 한국이 돈을 돌려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란을 설득하고 이후 양국 관계 복원을 준비해야 할 한국의 외교도 보이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2019년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고,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적극적 외교를 벌였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10~12일 테헤란 방문은 한국 고위 당국자의 4년 만의 방문이다. 복잡하게 꼬여버린 사태를 해결할 다차원 외교가 절실해졌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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