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남·북 '게임 체인저' 전략무기 핵잠수함 개발 경쟁 20년 전부터 시작

정충신 기자 2021. 1. 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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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연구 개발 중인 핵추진잠수함 벤치마킹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프랑스의 5300t급 바라쿠다급 쉬프랑함.출처=janes.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당시 건조된 신형 잠수함을 둘러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보도하면서 SLBM 발사관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 3000t급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이 북한 핵잠수함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19년 10월 신형 잠수함에 탑재할 북극성-3형 SLBM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모습. 연합뉴스

北은 SLBM 탑재 전략핵잠수함(SSBN), 南은 SSBN 잡는 공격핵잠수함(SBN)개발

北은 20년 전부터 준비...중·러 기술 도입하면 3∼4년 내 핵잠 개발 가능

南은 원자로 소형화 기술 확보 등 유리한 입장...국가 총력전으로 밀어붙이면 2∼3년 내 개발 가능 주장도

북한이 지난 5~7일 진행된 제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원자력)추진잠수함 등 전략무기의 개발을 공식 천명하면서 남북 간 동북아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전략무기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조선중앙통신과 1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의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공개했다.

북한은 전략무기인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 때 핵잠수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설계연구 최종심사단계란 기본설계(크기, 탑재장비 등 제원)가 끝나고 상세설계(장비별 실질 도면, 시운전 방식 등)에 들어가기 전 단계를 일컫는다”며 “최종 심사 통과 후 상세설계와 함 건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 진수식까지 최소한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세계는 머지않아 우리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뒤 2020년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SLBM ‘북극성-4ㅅ형’을 선보였다. 2021년 초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북극성-4ㅅ형 투발수단인 핵잠 개발을 선언하며, 게임체인저를 시도하고 있다.

◆북은 SSBN 개발로 연합방위체제 해체 게임체인저 의도

북한이 밝힌 핵잠수함은 핵탄두를 실은 SLBM을 탑재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을 일컫는다. 우리가 연구 개발 중인 핵잠은 공격핵추진잠수함(SSN·Submersible Ship Nuclear)으로 차별화된다. 핵탄두를 갖췄느냐의 차이다. 통상 강대국들은 SSN을 먼저 개발한 뒤 SSBN을 개발하지만, 북한은 전략상 SSN을 건너뛰고 바로 SSBN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SSBN은 이론상으로 무제한으로 바다 속에 머무를 수 있다.

미국·러시아가 보유한 SLBM 1발이면 강대국의 대도시 하나를 소리 소문 없이 간단히 날려버릴 수 있다. 북한이 전략핵잠을 서둘러 개발하려는 의도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이기 때문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진짜 잠수함’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속력 면에서 핵잠이 KTX라면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에 비교된다. 핵잠은 평균 시속 37∼47㎞로 지구 한 바퀴(4만120㎞)를 도는 데 40일 정도 걸리는 반면, 디젤잠수함은 평균 시속 11∼15㎞로 140여 일이 걸린다. 핵잠은 도중에 보급품 및 연료를 재보급받을 필요가 없고 기항지도 필요없다. 수중작전 능력에 있어 핵잠은 무제한이지만 디젤 잠수함은 거의 매일 의무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하고 속력 및 수중작전 지속능력이 떨어진다. 공격 능력에 있어 핵잠은 헤비급 펀치라면 디젤 잠수함은 플라이급 펀치 수준이다. 생존능력(은밀성)에 있어 핵잠은 완전 스텔스함이라면 디젤 잠수함은 세미 스텔스함이다. 보복 능력 면에서 핵잠은 보이지 않는 핵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면 디젤 잠수함은 은밀한 저격수 수준이다. 반면 핵잠의 막대한 건조비용은 부담이다. 프랑스 바라쿠다 핵잠 1척 건조비용은 12억6000만 유로(약 1조6200억 원)에 달하며 국내 핵잠 건조비용은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기에 적에게 발견될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은 핵잠을 제2공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수단으로 마련했다. 상대가 핵 공격을 먼저 해오면, 핵잠에서 핵미사일을 쏴 보복한다는 전략이다. 즉 핵잠수함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으니 지상의 핵미사일 기지 등이 파괴돼도 바다 밑에서 핵 공격 보복이 가능하다. 북한의 핵잠 보유가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이나 대응 공격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는 배경이다. 핵잠은 재래식 잠수함과는 달리 장거리를 항해할 수 있어 북한은 근해가 아닌 태평양 한가운데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북의 SSBN 개발 능력

북한의 SLBM 개발 능력은 완성국면으로 향하고 있으며, 잠수함에서 직접 시험발사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SLBM ‘북극성-3형’(추정 사거리 2000㎞)은 2019년 10월 수중 발사대에서 시험 발사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새로운 SLBM ‘북극성-4ㅅ형’을 공개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소형원자로 기술을 확보했는지가 열쇠다. 2016년 9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야적장에서 지름 10m가량의 잠수함 ‘압력선체(Pressure hull)’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배수량 3000t급 이상 중(重) 잠수함은 압력 선체가 수압과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합금강으로 제작된다. 문 국장은 “북한의 원자로 설계 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압력선체 지름이 10m라면 길이가 90m 정도로 원자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선체 길이 90∼100m로 중국의 시아급(배수량 6500t) 잠수함이나 인도의 아리안트급(6000t) 크기로 발사관에 12발의 SLBM 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2016년 NK지식인연대는 북한 내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의 원자력잠수함 회사에서 3500t급 골프급 핵잠수함의 도면을 통째로 해킹해 본격적으로 핵잠 개발에 나섰다”며 “131원자력총국에서 관련 과학자, 기술자들이 파견됐으며 2013년에는 러시아에서 유능한 원자력잠수함 전문가 5명을 고액 연봉을 주고 초빙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라’는 유훈을 남겼다는 첩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말 국정감사 뒤 브리핑에서 “한 척은 기존 것의 개량형 잠수함이고 한 척은 신형 중대형 잠수함”이라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이 기존의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보다 규모가 큰 4000∼5000t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LBM 6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7월 공개된 로미오급 개량형은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건조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7월 처음으로 공개된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은 배수량이 3000t에 육박하고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는데 SLBM 탑재 규모를 2배가량 늘린 대형 잠수함을 건조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신형 잠수함은 길이 90m 이상으로 배수량은 4000~5000t급, SLBM은 6기가량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수중배수량 4200t급인 일본 소류급은 길이 84m인데 북 신형 대형 잠수함은 이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북한이 SLBM(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사용한 잠수함은 신포급(고래급)이다. 길이 67m에 2000t급으로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작다.

◆한국은 ‘수중 킬체인(Kill Chain)’ 북 SSBN 방어용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 중이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우리 군의 숙원인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핵잠수함 도입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게 군의 공식 입장이지만, 북한의 핵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도 핵잠수함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핵잠수함은 잠항 기간이 거의 무한대이고 속도도 빨라 디젤 잠수함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핵잠수함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문 국장도 “기본설계가 끝난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까지는 3∼4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우리도 좌고우면할 것 없이 핵잠수함 도입을 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다가 무산된 우리 군의 핵잠수함 개발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하며 다시 부상했다. 지난해 7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말했고, 이어 국방부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하면서 핵잠수함 개발이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보고-Ⅲ 배치(Batch)-Ⅲ 사업의 일환인 4000t급 잠수함에 디젤 엔진이 아닌 원자력 엔진이 탑재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동안 국내에 축적된 잠수함 건조 기술과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고려할 때 국가적 총력전 등 마음먹기에 따라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국장은 “우리도 원자로 소형화 기술 등 관련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응용 연구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결정만 되면 핵잠수함 건조를 바로 시작할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이 추진 중이라고 밝힌 ‘핵잠수함 연구 및 개발과 관련하여 해마다 조직만 개편했을 뿐 진행이 매우 더딘 편이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해군 측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핵잠수함과 관련해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을 태스크포스(TF)장으로 한 ’수중전력발전TF‘를 운용해왔지만, 핵잠수함 전문가가 아닌 상근 인원 2명(총원 14명)이 이미 공개된 국내·외 핵잠수함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그쳐 실질적인 연구개발 진척 속도가 더디다. 국방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서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며 핵잠수함 건조를 암시한 바 있지만, 해군 측은 핵잠수함에 대한 소요제기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핵잠수함 건조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2017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진의지를 피력했으며, 2019년에는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이 “(’핵잠수함을 도입해야 된다‘는 질문에) 국방부와 합참 차원, 해군 본부와…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방부는 핵잠 개발의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회의 입장과 요청에도 불구, 대외비 보안 규정에 묶여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잠 건조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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