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신 혹은 과거와 작별.. 로고 바꾸는 車 회사들

민서연 기자 2021. 1. 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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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57년만에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앞서 6일 기아자동차(000270)도 새로운 사명과 함께 로고와 슬로건을 모두 교체했으며 현대자동차(005380)그룹도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가 2019년 2월 공개한 크로스오버 EV 콘셉트카 티저 이미지./기아자동차

지난해부터 완성차업계의 로고변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을 대표하는 로고는 전통과 이미지 연속성을 위해 수십년간 그 형태를 유지하는게 일반적이고, 때문에 미래지향적이면서 단순명료한 로고 디자인이 요구된다. 건물 간판부터 제품 라벨 교체까지 큰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로고를 변경하는 추세는 업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GM 로고 변천사. /그래픽=정다운

최근 완성차 업체 로고 변화의 핵심은 친환경,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신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며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과 로드맵을 제시한다. 전날 GM이 공개한 새로운 로고는 선명한 하늘색 글씨를 강조했다. 탄소 배출 제로의 비전이 실현된 미래의 청명한 하늘과 GM ‘얼티엄(Ultium) 플랫폼’의 친환경 에너지를 상기시키는 의미다. GM은 지난해 초 새롭게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와 이를 동력원으로 하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GM은 로고를 대문자에서 소문자로 바꾸고, 소문자 m 밑에 밑줄을 그어 기존 GM 로고 디자인을 계승했다. 동시에 GM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을 시각화 했으며, 소문자 m 주변의 빈 공간은 전기 플러그 모양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GM은 1938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총 네 번 로고를 변경했다. 회사 설립 직후 사용된 로고는 1908년 최초 법인 증명서를 모티브로 제작돼, 제너럴모터스의 앞글자인 GM을 대문자로 적고 수직으로 배치된 직사각형을 도입해 오늘날 GM 로고의 근간이 됐다. 이후 1964년 GM은 로고를 보다 단순명료하게 만들고자 GM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 글자 아래 밑줄만 남겼으며 로고 색깔도 검정색에서 파란색으로 교체했다.

2001년 GM로고는 3차원에 음영효과를 도입해 눈에 더 잘 띄도록 강조했다. 로고를 강조하는 기조는 다음 버전 로고인 2010년대 로고에도 이어졌다. GM은 2009년 파산 이후 정부 관리를 받은 후 새로운 GM 출범과 함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GM글자가 쓰인 중앙 부분을 하이라이트하고 글자를 테두리로 강조해 최근까지 가장 익숙하게 쓰인 로고다.

기아자동차 로고 변천사. /그래픽=정다운

기아차가 발표한 로고와 슬로건도 이와 유사하다. 기아차는 필기체의 기아(KIA) 알파벳이 연결된 새로운 로고를 공개하며 균형, 리듬, 상승의 세가지 디자인 컨셉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아차가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 '플랜 에스(Plan S)'의 일환으로, 사업 재편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립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담겼다.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아차가 사용한 로고는 총 6종이다. 1944년 경성정공을 모태로 1952년 기아산업으로 자전거와 삼륜차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초기 로고에 톱니바퀴 형태가 들어간 이유다. 이후 1986년부터 기아의 영문 'Kia'가 쓰이기 시작했고, 생동감과 진취성을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의 로고를 이어왔다. 기아차는 오는 15일 새 로고에 대한 이미지와 비전, 전기차 사업에 대한 구체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개된 폴크스바겐의 새로운 로고(좌)와 닛산의 새로운 로고(우)

새로운 로고는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업체들에게 이미지 쇄신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사람이 이름을 바꾸는 것과 유사하다. 지난해 4월 로고를 교체한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2015년 '디젤게이트' 로 알려진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겪으며 폴크스바겐의 파란색 기존 입체 로고는 각종 언론보도 전면에 등장하며 비판의 아이콘이 됐다.

이후 폴크스바겐은 오명을 지우기 위해 수 년 간 탈내연기관과 전기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계기로 폴크스바겐은 첫 전용 플랫폼 순수전기차인 ‘ID. 3’의 공개와 더불어 2차원의 새로운 남색 로고를 공개했다. 디젤게이트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기차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사건 및 경영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일본 닛산도 새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로고 변경에 나섰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은 일본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둔채 도주했으며 닛산은 심각한 경영위기로 일본 정부의 보증을 받아 1조 5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지난해 7월 닛산은 신형 전기차 아리야를 공개하고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19년만에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닛산에 따르면 로고를 둘러싼 원은 '아침 해'를, 검은색으로 쓰인 회사명은 '성실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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