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첨인줄 모르고 샀는데.. 피해자 속출에도 요원한 제도개선

고성민 기자 2021. 1.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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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청약자의 분양권인지 모르고 산 선의의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1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의 모습. /김동환 기자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6년 진행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청약에서 41명의 원청약자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사실이 지난해말 경찰 수사를 통해 적발됐다. 위장 결혼을 하거나 임신 진단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사례다.

수사 이후 시행사 측은 41가구에 대한 공급을 취소하고 재분양하겠다고 공고했다. 입주민들에게는 원분양가의 감가상각비 10%를 제외한 금액을 받고 나가라는 내용증명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재분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원청약자는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이미 매각했고, 실제 입주민들은 대부분 분양 당시 원청약자의 부정행위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분양권을 매입해 입주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41가구 가운데 36가구가 부정 청약을 알지 못하고 분양권을 매수했다가 집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위장전입, 서류위조 등 부정을 저질러 당첨된 부정 청약자들은 몇백만원의 벌금형으로 수사 종결됐다"면서 "이를 모르고 산 매수자들은 시세 차익과 취득세, 재산세, 기회비용,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뺏겨야 한다"고 적었다.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선 2019년에도 서울 관악구 아크로리버하임(흑석뉴타운7구역 재개발),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영등포구 보라매SK뷰(신길5구역 재개발) 등 분양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 당첨됐거나 불법 전매된 계약 257건이 취소됐는데, 이 중 72명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분양권인지 모르고 매입한 선의의 피해자였다.

이들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주택을 부정하게 공급받은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사업 주체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반면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내용은 없어 입주민들이 다소 불리한 위치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9·13 대책을 발표하며 "선의의 피해자 방지를 위해 분양권 정보 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관계기관 논의 끝에 철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정 청약을 국토부에서 적발하거나 수사기관에서 적발해 피의자들을 기소했을 때 등에 해당하는 분양권을 공시하는 제도를 추진했으나, 혐의가 확정되지 않고 의심되는 정도인 상태에서 공시하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관계기관 논의 끝에 도입이 보류됐다"고 했다. 국토부는 대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부정 청약 조사를 확대하고 걸러내는 장치를 꼼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정 청약자를 수사하는 데 1년가량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 원분양자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됐는지 매수인이 알 수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다만 부정 청약의 대표적 사례는 위장 전입이나 위장 결혼, 임신진단서 위조 등으로, 단순히 데이터들만 봤을 땐 불법을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국토부가 모든 청약 가구의 전수조사를 할 수 없는 만큼, 조정대상지역 결정 기준에 의거해 청약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곳에 한해서라도 지자체가 당첨자 명단을 전수조사하도록 하자"고 했다. 강 원장은 "지자체가 부정 청약자를 한 번 걸러내고 당첨자 발표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구청 입장에선 관내 이뤄지는 경쟁률 5대 1 이상 청약이 1년에 몇 건 안 되기 때문에 행정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의심 사례에 해당하는 청약자에게 발표 전 해명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부정 청약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입법 절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법에 ‘주택 매수인이 공급 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이 없음을 소명하면 주택 공급계약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하 의원은 "본인도 모르는 불법 부정 청약으로 인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정 청약을 시도할 수 없게끔 부정 청약자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 방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정 청약이 드러나면 최대 10년간 청약 자격이 제한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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