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아동학대 신고자 신분 노출 경찰 시민감찰위 회부한다
(전북=뉴스1) 이지선 기자 = 전북경찰이 순창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분을 노출한 경찰관을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정재봉 전북순창경찰서장은 11일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관련 경찰관에 대한 감찰조사를 마쳤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큰 만큼 전북청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해 처벌 여부와 그 수위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징계위원회를 열기 이전에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추후 처벌에 대한 공정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 개최 시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감찰 결과 해당 경찰관에게서 고의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탐문 과정에서 “신고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으면서도 추후 이어진 질문 중 “아침에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아이가 맞느냐”고 물어 추측의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창서는 비록 이번 아동학대 의심신고에서는 학대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속적으로 해당 가정을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실제 신고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이후로 한달여 만에 경찰이 다시 한 번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봉 서장은 해당 아동의 어머니가 “아빠가 아이를 던졌다”고 말하게 된 경위 등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아동의 어머니가 외국인이다 보니 ‘던졌다’는 말을 ‘당겼다’라는 단어와 혼동했다는 설명이다. 이 아동의 어머니는 의료원에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 과정에서 의료기관을 찾은 경위를 묻는 질문에 “아빠가 아이를 던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아동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를 먼저 입구에 내려준 뒤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 어머니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말로는 “아빠가 던졌다”라고 했지만, 경찰관이 몸으로 던지는 시늉을 하자 “그게 아니다”며 잡아 끄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모는 아침 시간에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 하자 아버지가 아이 팔을 잡고 당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넘어지며 눈썹 부위를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신고를 한 공중보건의가 진료 후 “광주 시내의 대형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에 따르지 않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료를 마친 뒤 아이 아버지가 광주로 가기 위해 추천 받은 병원에 전화를 해봤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병원이 혼잡하니 아이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인근 정형외과에서 먼저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아이를 데리고 곧장 순창군의 한 정형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골절은 확인되지 않았고 단순 찰과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재봉 서장은 “신고하신 공중보건의 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진료를 꼼꼼하게 하셨고 큰 병원을 권유하기까지 하신 훌륭한 분”이라며 “법에 의무 신고에 대한 조항은 있지만 신고자를 완벽히 보호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뿐 아니라 가정폭력이든 다른 예민한 신고 내용도 보복이 두려워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차제에 제3의 신고전담부서 등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20일 순창보건의료원의 소아과 공중보건의가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공중보건의는 자신이 진찰한 아동에게서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아동학대법에 따라 의사에게 신고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가해자로 지목된 아동의 아버지가 해당 공중보건의에게 전화를 걸어 2시간 가량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합동 조사를 펼친 결과 혐의점이 없어 종결 처리됐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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