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與의원들 제동에 '공매도 재개' 고민 깊어진 금융위

박응진 기자 2021. 1. 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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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박용진 "공매도 재개 재검토"·양향자 "1월 중 답 내려야"
금융위 '시장조치 예정 안해, 상황 봐가면서 유연 대처' 기조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공매도(空賣渡) 거래 금지 조치가 오는 3월15일 종료되는 가운데 3월16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해야 할지를 놓고 금융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공매도 재개론과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어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공매도 반대론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에 이어 양향자 최고위원까지 공매도 재개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동학개미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어 공매도가 또다시 정치 이슈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與 박용진 "공매도 재개 재검토"·양향자 "1월 중 답 내려야"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늦어도 1월 중으로는 답을 내려 시장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뉴딜 펀드 등 미래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게 양 최고위원의 생각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이후 한 차례 연장해 금지 기간이 오는 3월15일까지로 늘어났다.

공매도 금지기간에도 일부 증권사는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위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11월 주식시장 회원사 12개사, 파생상품시장 회원사 18개사 등 시장조성자 22곳(중복 참여회원 8개사)의 3년6개월간 거래내역(2017년 1월~올해 6월)을 바탕으로 공매도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의심사례가 일부 적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금융위에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일부 증권사가 시장조성자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는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한투연, 공매도 폐지운동 준비…국민청원에는 5.8만명 동의

개인 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금융위가 시장조성자 등 공매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공매도를 재개하면 공매도 폐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 이날 오전까지 5만8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공매도 금지는 개인 투자자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제약·바이오 등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큰 일부 섹터에는 큰 악재로 여겨진다.

◇금융위 '시장조치 예정 안해, 상황 봐가면서 유연 대처' 기조

금융위 내에서는 고심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금융위는 최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겠다' 또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겠다'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매도 관련 정책 방향을 일부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공매도를 재개해 최근의 급등장에 찬물을 끼얹는 게 부담이지만, 다양한 시장 참여자 중 동학개미 입장만 고려해 공매도 금지를 추가 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급등한 코스피 지수 등을 둘러싼 거품 논란도 고려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금지는 시장조치인데, 시장조치는 미리 예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게 현재 금융위의 정책 기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반반 같다. 정치이슈가 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서 정치권과 동학개미의 연장 요구도 감안한 바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급등했고, 신용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 해 3월 금지된 공매도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빌려서 사는 것은 막지 않았지만, 빌려서 파는 것은 막혀있다"며 "3000포인트를 돌파한 현재도 해제되지 않고 있다. 다수의 개인투자자의 막대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현 상황에서 공매도는 정치적 이슈"라고 봤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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