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괴물 된 트럼피즘, 한국도 걱정된다

기자 2021. 1. 11.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트럼피즘이 결국 악성 바이러스가 돼 미국을 아프게 하고 있다.

5년 전 도널드 트럼프라는 쇼맨십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그저 흔한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여겼던 것이, 지난 4년간 강한 전파력을 보이며 트럼피즘으로 변하더니 이젠 민주주의를 마구 짓밟는 괴물이 됐다.

다행히 조 바이든 연합군의 승리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지켰지만, 악성으로 진화한 트럼피즘은 트럼프의 퇴임 후에도 기승을 부릴 모양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기욱 美 스탠퍼드대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트럼피즘이 결국 악성 바이러스가 돼 미국을 아프게 하고 있다. 5년 전 도널드 트럼프라는 쇼맨십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그저 흔한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여겼던 것이, 지난 4년간 강한 전파력을 보이며 트럼피즘으로 변하더니 이젠 민주주의를 마구 짓밟는 괴물이 됐다. 민주당은 두 번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고,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하야를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제명하는 등 곳곳에서 극약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코로나 블루’에 이어 ‘트럼프 블루’까지 겹쳐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거짓말과 편가르기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 규범과 정신을 수없이 훼손했다. 그런데도 인종차별적 백인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트럼피즘은 백인 남성 블루칼라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고, 대선에서는 7400만 표를 모았다. 다행히 조 바이든 연합군의 승리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지켰지만, 악성으로 진화한 트럼피즘은 트럼프의 퇴임 후에도 기승을 부릴 모양새다. 당장 다음 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이 축제의 장이 아닌 대규모 시위와 갈등으로 점철될 염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몇 개월 간 대선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과거 미국 민주주의가 도전받을 때마다 방파제 역할을 했던 ‘가드레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가 선거 불복과 무분별한 소송전을 펼 때 공화당 지도부는 침묵하거나 그를 지원했다. 중진 정치인들마저 공화당 최대주주가 된 트럼프와 추종자들의 눈치를 살핀 것이다.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계속된 투표 인증 과정에서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138명이 필라델피아 선거 인증에 이의를 제기했다. 불법 선거로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강변에 동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다음 주 취임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블루’에 빠진 미국을 치유할 수 있을까? 팬데믹, 경제 회복, 국제 리더십 회복 등 난제가 쌓여 있는 가운데 바이든은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트럼프를 탄핵이나 (미국에선 퇴임 이후에도 가능) 사법처리를 통해 제거하더라도 그 후유증은 매우 클 것이고, 자칫 임기 전반부 내내 과거 청산에 매달리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사회통합을 통해 트럼피즘이 점차 소멸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뿐더러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젠 어느 나라도 민주주의의 침체와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프랑스에서 혁명 직후의 혼란을 목도한 알렉시스 토크빌이 부러워했던 미국의 민주주의, 공산혁명과 파시즘의 광풍에도 잘 버텼던 미국의 민주주의마저 혼란과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법치주의를 훼손한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촛불을 들었던 한국 사회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사회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사회적 분노와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는 트럼피즘의 변종이 한국에서도 꿈틀거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임기 마지막 1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민주적 가치와 정신을 지키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