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TV예능과 정치인 들러리

김인구 기자 2021. 1. 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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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거철이 왔나 할 때가 있다.

뉴스·토론 프로그램에 나오던 유력 정치인들이 난데없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다.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여지없이 정치인들의 난데없는 예능 출연이 반복되고 있다.

때만 되면 불쑥 예능에 얼굴을 내미는 정치인은 이제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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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또 선거철이 왔나 할 때가 있다. 뉴스·토론 프로그램에 나오던 유력 정치인들이 난데없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방선거 5개월 전인 2018년 1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게 그런 예다. 뉴스에서 진지하게 시정을 브리핑하던 그는 예능에선 한결 유쾌한 분위기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업무 중 작은 실수를 하거나 이동 중 차 안에서 조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7월 SBS ‘동상이몽2’에 부인과 함께 출연했다. 평소 투사적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부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그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이듬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도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직후 인터뷰에선 무척 낯설었다. 기자가 약속과 달리 사생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생방송 도중 남은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중단해 비난을 샀다. ‘동상이몽2’에서 봤던 ‘러블리’한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여지없이 정치인들의 난데없는 예능 출연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면모,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개하며 호감을 쌓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일 TV조선의 인기 예능 ‘아내의 맛’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판사인 남편 김재호 씨와 장애를 가진 딸의 모습을 선뜻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얼마 남지 않은 화장품을 쥐어짜 쓰고, 딸의 드럼 연주에 탬버린을 치며 춤추는 게 매우 소탈해 보였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률이 지난 회에 비해 2배에 가까운 11.2%까지 치솟았다. 12일엔 역시 서울시장 출마를 조율 중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미 예고편이 나갔다. 유행하는 트로트를 흥얼거리거나 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털어놓는 모습이 훨씬 친근감을 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인 7일부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보고회, 후보자 관련 출판기념회 개최 등은 제한되고 있다. 또 후보자는 방송·신문·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 다만 재·보선은 예외규정이 적용돼 60일 전으로 한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이들의 방송 출연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 뒤에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관찰 예능에도 작가가 쓴 대본은 있고, 프로그램의 성격상 출연자의 이미지는 결국 긍정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또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고, 행여 실수하더라도 얼마든지 추후 편집이 가능하다.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이다. 때만 되면 불쑥 예능에 얼굴을 내미는 정치인은 이제 사절한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떤 것이 진정이고 아닌지 분별할 줄 안다. 예능 스케줄 잡을 시간에 나라를 위해 뭘 해야 할지 더 깊이 연구하길…. 그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 앞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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