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묘소 앞 뽀로로 도시락서 모락모락 김이 났습니다

글,송다영 2021. 1. 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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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다고 하길래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왔습니다."

지난 9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정인이의 묘소 앞에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경기도 성남의 이모(37)·박모(36)씨 부부가 서 있었다.

부부는 묘소를 바라보며 "둘째가 6개월인데 정인이가 우리 아이와 얼마 차이도 안 나더라.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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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남성이 정인이를 위해 싸온 도시락. 생전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을 정인이가 안타까워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생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다고 하길래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왔습니다.”

지난 9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정인이의 묘소 앞에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경기도 성남의 이모(37)·박모(36)씨 부부가 서 있었다. 부부는 묘소를 바라보며 “둘째가 6개월인데 정인이가 우리 아이와 얼마 차이도 안 나더라.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부부는 정인이가 먹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챙겨온 아기용 과자를 묘소에 놓았다. 옆에는 꽃다발과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모두 조문객들이 정인이를 위해 준비해 온 선물이었다.

이씨 부부만이 아니었다. 이날 정인이 묘소에는 한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었지만 혼자 온 사람들도 보였다.

그중에서도 한 남성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는 정인이가 안치된 자리 옆 평평한 바위 주변을 맴돌았다. 이어 적당한 자리를 찾았는지 그는 커다란 쇼핑백에서 챙겨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돌 위에 펼쳐놓았다.

경기도 양평에 마련된 정인이 묘소. 30대 미혼이라고 밝힌 한 남성(사진 오른쪽)은 도시락을 싸들고 묘소를 찾았다.


한 30대 남성이 정인이를 위해 싸온 도시락.


가까이서 보니 돌 위에는 남성이 직접 싸 온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도시락과 어린이용 식판에 담긴 밥과 국, 반찬에서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미혼 남성이라고 밝힌 남성은 “(사진으로) 정인이 얼굴을 봤으면 알지 않나. 밥도,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안타까워서 오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복숭아라고 불렸던 아이가 입양되고 학대당한 후에는 피골이 상접했더라”며 “(아이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이용당한 게 마음이 아파서 나왔다”고 정인이 묘소에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반찬 중 몇 개는 직접 했고, 몇 개는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정인이가 생전 ‘뽀로로’를 좋아했다더라. 전날 마트에서 식기 세트를 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아이의 마지막 CCTV 속 모습을 봤다. 모든 걸 체념한 것 같은 그 모습이 도대체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어린아이가 모든 걸 체념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라며 “정인이 편이 돼주지 못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모든 상황이 안타까워서) 여기까지 직접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락을 차려놓은 뒤 40분이 넘도록 묘소를 지켰다. 이유를 묻자 그는 “밥 먹을 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음식물을 묘소에 두고 갈 순 없으니 집으로 가져가되 ‘정인이에게 먹을 시간은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정인이 묘소에 놓인 편지. 정인이가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길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정인아 미안해'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곰돌이 인형.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손에는 정인이에게 줄 뽀로로 스티커, 콩순이 인형을 들고 자신의 추모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음식을 펼쳐놓은 동안에도 정인이 묘소에는 시민들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선물, 편지 등을 묘소에 놓으며 정인이에게 위로와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 선후배 사이인 40대와 20대 남성 두 사람은 “토요일에 근무를 하는 회사인데 반차를 내고 퇴근 후 함께 왔다”며 “직장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상사인 남성은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정인이보단 좀 더 크지만 비슷한 나이여서 더 안타깝더라”고 밝혔다. 후배는 “7살, 6살, 그리고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조카가 있다. 세 조카를 예뻐하다 보니 정인이 사건을 보고 더 공감이 가더라”며 “방송으로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양평=글 사진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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