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처럼 보이게 한 해리스 사진은 정말 엉망진창"
[경향신문]
오는 2월 미국 보그 표지모델로 선정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 사진을 두고 ‘화이트워싱’ 논란이 벌어졌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쓴 탓에 자메이카·인도계 유색인종인 해리스 당선자가 마치 백인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보그가 트위터로 해리스 당선자의 2월 표지모델 사진(사진)을 공개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당선자는 분홍색 실크 천을 배경으로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포즈를 취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노란 배경에 회색 정장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문제는 조명이었다. SNS에는 “너무 밝은 조명 때문에 해리스 당선자의 피부가 유색인종이 아닌, 백인처럼 하얗게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외부 기고자인 와자하트 알리는 이 사진에 대해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흑인 친구나 동료가 정말 없을 것. 삼성 제품을 이용해 무료로 부통령 사진을 찍어도 이번 보그 표지보다 더 잘 나올 것”이라고 비꼬았다.
보그 측은 일부러 피부색을 밝게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포스트는 보그 측이 직원들에게 관련 사실을 부인하도록 강요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패션업계는 물론 미 영화·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유색인종 역에서도 백인을 캐스팅하거나 백인처럼 표현하는 화이트워싱 논란이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이번 사진은 2018년 9월 보그 표지 모델이었던 비욘세의 사진을 찍었던 26살의 젊은 사진작가 타일러 미첼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리스 당선자의 보그 표지 장식은 4년 동안 한 번도 패션잡지 표지에 등장하지 못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도 비교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델인 자신의 아내가 한 번도 잡지 표지를 장식하지 못했다며 이 잡지들이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남편의 재임 기간 동안 수차례 보그를 비롯한 유명 패션잡지의 표지 주인공이 됐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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