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故 정인이 사건, 입양 가정 편견 확산 말아야.. 현실은 대게 친부모가 학대" [전문]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입양 가족을 향한 편견을 거두길 당부했다.
허지웅은 11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양부모의 아동학대로 숨진 이른바 '故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입양 가족 구성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자 이를 꼬집은 것.
그는 "최근 정인이의 학대 사망을 계기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야기의 무게추가 학대 문제에서 입양 문제로 이동하면서 입양 가정을 향한 편견과 오해가 확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모두 입양 가정에서 벌어진 것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을 고문한 건 대게 친부모였다. 입양 가정의 아동학대 비율은 전체의 0.3%이다"라면서 "애초 정인이 사건을 중간에 멈추게 만들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가 무산된 이유가 바로 편견 때문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라고 짚었다.
허지웅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그럴 리 없다는 편견. 그리고 입양 가정을 향한 편견일 거라는 편견에 대한 편견 말이다. 하나의 편견이 사실과 다르다고 증명되었을 때 그와 반대되는 편견이 강화되는 건 잘못이다. 편견은 정반대의 편견과 공생하며 서로 다른 편견을 가진 이들의 분노와 증오 속에서 힘을 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에는 입양 가정을 의심해선 안 된다는 편견과 입양 가정은 의심할만하다는 편견이 다투는 가운데 드러나는 증거와 사실 대신 담당자들의 편견에 기반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허지웅은 "살아가면서 편견을 아예 버리고 사는 건 가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타인을 내 편의대로 나쁘게, 혹은 좋게 평가하고 단정 짓는 태도가 상상하지 못할 참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공감가는 좋은 글이다", "편견. 평생 노력해야 할 숙제이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아동학대를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했으면 한다", "변화의 시작이길 기도한다", "정인이 사건 접하며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꼭 기억하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8일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에서 문제로 삼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아동학대'이지 입양 제도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입양 절차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순전히 입양 탓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지금 당장 새로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로, 입양을 결정한 부모들이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입양 가정 자녀도 주변의 부정적인 편견에 위축되고 있다"라고 편견을 거둬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최근 정인이의 학대 사망을 계기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야기의 무게추가 학대 문제에서 입양 문제로 이동하면서
입양 가정을 향한 편견과 오해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아동 학대 사건들이
모두 입양가정에서 벌어진 것이라면 그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고문한 건 대개 친부모였습니다.
입양 가정의 아동학대 비율은 전체의 0.3퍼센트입니다.
애초 정인이 사건을 중간에 멈추게 만들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가 무산된 이유가
바로 편견 때문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됩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그럴 리 없다는 편견.
그리고 입양가정을 향한 편견일 거라는 편견에 대한 편견 말입니다.
하나의 편견이 사실과 다르다고 증명되었을 때 그와 반대되는 편견이 강화되는 건 잘못입니다.
편견은 정반대의 편견과 공생하며 서로 다른 편견을 가진 이들의 분노와 증오 속에서 힘을 기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입양가정을 의심해선 안된다는 편견과 입양가정은 의심할만하다는 편견이 다투는 가운데,
드러나는 증거와 사실 대신 담당자들의 편견에 기반한 결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편견을 아예 버리고 사는 건 가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타인을 내 편의대로 나쁘게, 혹은 좋게 평가하고 단정짓는 태도가
상상하지 못할 참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건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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