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출신 의대 출연자 논란에 '유퀴즈' 제작진 "무지함으로 실망을 드렸다" 사과
[경향신문]
과학고에서 의대에 진학한 일반인의 출연으로 논란이 불거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 측이 “무지함으로 실망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지난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88회는 저마다의 가치를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담아온 일반인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듣는 ‘담다’ 특집으로 꾸며졌다. 인테리어 플랫폼 대표, 광고 감독, 시인 등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 가운데, 경기과학고 출신의 서울대 의대생의 출연이 논란이 됐다. 과학고 재학 중에 의대 6곳에 동시 합격한 출연자의 이력을 화제 삼는 방송의 태도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국비를 지원하는 과학고의 설립 취지를 무색케하고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방송의 목적에도 어긋났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이 출연자에게 “의대 수시 6관왕”이라는 수식을 붙이고 의대 진학과 관련한 공부·입시 비법을 들었다. 출연자는 “수시 제도는 한 번에 6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6군데 의대를 지원해 다 붙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의대에 합격한 증서가 공개됐다. 출연자는 “고등학교 재학 중 꾸준히 의대 진학을 준비했다”며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215시간의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이후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해당 출연자의 섭외와 이를 대하는 MC들의 태도가 과학고·영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의대로 가는 디딤돌로 활용되는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역사”를 담겠다는 방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과학고·영재고는 영재교육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국비로 지원되면서도 ‘의대로 가는 지름길’로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에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신입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하는 등 ‘의대 진학 억제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제작진은 지난 10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지난 방송에서 제작진의 무지함으로 시청자분드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제작진은 “이번 일로 시청자분들은 물론 어렵게 출연을 결심해 준 출연자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남기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이번을 계기로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고 성찰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흐름과 보폭을 맞추고 시청자분들의 정서와 호흡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되새기며, 더 좋은 콘텐츠로 다가겠다”며 “저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소중한 비판의 의견을 보내주셔서 고맙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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