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반도체 없어 차 못만든다"..폴크스바겐·혼다 등 감산 잇달아
반도체 기업, 생산·인증 까다로운 車보다 IT·모바일에 물량 집중
포드, 혼다,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일제히 생산량 감축
반도체 업계 "당분간 공급량 늘기 어려워…車 기업 위기"
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품귀 현상에 생산량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완성차 기업들의 올해 매출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자산업을 비롯한 정보기술(IT) 부문의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공급을 비롯해 인증마저 까다로운 자동차용 반도체 비중을 줄이면서 자동차 업계에는 필요한 반도체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닛케이아시안리뷰 등에 따르면 독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거나 올해 목표치를 하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자동차 산업이 전기자동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등 IT·전자 부품 비중이 늘면서 반도체 탑재량도 비약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실제 자동차 생산에는 각종 센서를 비롯해 변속기, 디스플레이, 통신,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고성능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컨설턴팅 회사인 나비간트(Navigant)의 자동차 전문 분석가인 샘 아부엘사미드(Sam Abuelsamid)는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최소한 40종의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으며 ADAS 등의 기능을 갖춘 고급 모델의 경우 150여개에 달하는 칩 종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하나라도 차질을 빚으면 차를 생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KPMG재팬에 따르면 EV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약 두 배 더 많은 반도체를 사용한다.
우선 미국의 포드는 현재 디스플레이 화면부터 변속기 작동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급에 난항을 겪으며 일주일간 미국 루이스빌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두 개의 인기 SUV 모델을 만드는 이 공장에서 3900여명의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혼다 자동차,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 NV 등 다른 자동차들도 대형 픽업 트럭에서 소형 세단까지 모든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도요타의 경우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툰드라 픽업트럭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감산 규모나 시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반도체 부족이 다른 차량에 영향을 미칠지는 조사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내년 1월 주력차종인 노트 생산량을 5000대 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이미 중국, 북미, 유럽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인기 모델 중 하나인 골프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 폴크스바겐 산하의 스페인 자동차업체 시트도 1월 말부터 4월경까지 생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일본 혼다도 이달 중 일본 미에현의 공장에서 준중형차 생산을 4000대 줄이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자동차 업계에 이같은 극심한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이 클라우드 인프라나 서버, 데이터센터, PC, 모바일 등의 IT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규격 인증부터 안정성 테스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분야보다는 당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공급이 용이한 IT 분야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개발-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검수 작업 등이 더 복잡한 과정이 소요되는 반면에 서버, PC, 스마트폰 등은 상당 부분 범용화돼 있고 빠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반도체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같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직격타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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