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고진영처럼.. 악조건 이기는 강한 승부욕이 최고 골퍼 만든다

기자 입력 2021. 1. 11. 10:30 수정 2021. 1. 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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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에 영향주는 ‘성취 동기’

2019 US오픈 4R서 버디 4개

무서운 집중력… 극적 준우승

랭킹 105위 → 45위로 만든 뒤

시즌 최종전 CME투어서 우승

도전 즐기며 더 큰 잠재력 발휘

25개 대회 출전 3차례 ‘정상’

2년 연속 ‘상금왕’ 거머쥐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이 지난해 말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역전우승을 이루며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8개 대회가 열렸고, 고진영은 4개 대회에 출전해 값진 성과를 얻었다.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이 개최되기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고진영의 최종전 출전 가능 여부는 불투명했다. 최종전에 참가하려면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가 70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고진영의 순위는 105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준우승으로 순위를 45위까지 끌어올려 최종전 출전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다.

US여자오픈에서 고진영은 3라운드까지 1오버파로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9위에 머물렀고 그래서 고진영의 최종전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US여자오픈 3위 내에 들면 최종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캐디의 조언에 고진영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고 마지막 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공동 2위에 올랐다.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전체 66명 중 고진영을 포함해 6명뿐이다. 이날 고진영보다 더 잘 친 골퍼는 우승자인 김아림뿐이다.

고진영처럼 구석에 몰려 압박을 받는 상황이면 대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제풀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2,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키며 일본 최초의 US여자오픈 제패를 눈앞에 두었다가 자국 언론과 국민의 엄청난 기대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마지막 날 무려 5개의 보기로 추락한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가 그런 경우다.

비슷한 상황에서 고진영은 반대로 강한 승부근성과 승리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불태웠다. 이처럼 경쟁에서 도전을 즐기며 평소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행동을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높은 성취동기로 설명한다. 성취동기란 어떤 일에서 자신의 우수함을 보여주고 싶은 내적 욕구로, 한마디로 남보다 뛰어나거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성취동기는 스포츠에서 선수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다.

고진영은 한국 선수 사이에서도 성취동기가 유난히 강한 편이었다. 신인이었던 2014년 1차례 우승했지만, 신인상은 3승을 거둔 동기 백규정의 차지였다. 와신상담한 고진영은 이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 데이에서 “올해는 다 해 먹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열심히 노력한 선수의 자신감 넘치는 각오였지만 “건방지다”는 지적과 함께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계속된 악플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고진영은 장담한 대로 그해 25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우승을 포함, 12차례나 톱10에 드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높은 성취동기는 양날의 칼이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승부욕이 지나쳐 공격적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종종 선수를 깊은 슬럼프의 늪으로 빠트리기도 한다. 잘 나갈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행여 성적이 떨어지거나 경기에 패하기라도 하면 더 큰 좌절과 심리적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성취동기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중시하는 성과지향의 성취동기와 자신과 경쟁하며 기록이나 기술의 향상을 중시하는 학습지향의 성취동기다. 일반적으로 성과지향의 성취동기가 높을수록 실패와 패배에 취약하다.

고진영은 성과지향의 성취동기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학습지향의 성취동기 역시 이에 못지않게 높다. 스스로를 욕심이 많고,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며 남이 잘하는 부분을 내 것으로 꼭 만들려고 하는 성격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2019년 LPGA의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지난해 초 스윙교정에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우리가 아는, 스포츠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최고의 선수들도 대부분 그랬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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