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 "오랜 무명, 꿈 하나로 시작했는데 쉽지 않더라"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1. 11. 09: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배우 김남희, 사진제공|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엔 세상에 나온 배우보다 나오지 못한 배우들이 더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고요. 꿈을 가지고 연기를 시작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운이 좋게 이렇게 관심을 받게 됐지만요. 이미지 변신을 잘한다고들 하지만, 아마도 제가 무명인지라 다 처음 보는 것처럼 느낀 걸수도 있어요.”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스위트홈’에서 가장 반짝이는 존재감은 단연코, 배우 김남희다. 바른 말만 하는 국어교사 정재헌 역을 맡아 유머, 매력, 그리고 진한 멜로 감성까지 전했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그 ‘멋진 분위기’를 더욱 배가했다. 많은 이가 그에게 열광했다.

‘스위트홈’ 속 김남희.


“‘연기파 배우’라는 말이 참 웃기잖아요. 배우라면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연기파 배우’가 칭찬이 되어버린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긴 합니다. 물론 예전보단 먹고 사는 게 조금 더 나아지긴 했지만, 제가 원하는 걸 하려면 연기를 더 잘하는 배우가 되어야 합니다.”

김남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이응복 PD와 세번째 작업한 소감부터 ‘스위트홈’ 촬영기, 호평에 대한 솔직한 심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응복 PD, 보면 볼 수록 의리파”

그는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모리 타카시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때도 이응복 PD와 함께였다. tvN ‘도깨비’에서도 힘을 합쳤다. 그럼에도 ‘페르소나’란 수식어엔 손사래를 쳤다.

“주변 시선이 그럴 뿐, 서로 직접적으로 그렇게 표현한 적은 없어요. 저보다 더 많이 함께한 선배들도 있는 걸요. 그 중에서도 저만 부각된 것 같아서 영광 아닌 영광입니다. ‘페르소나’란 말도 좋지만 좋은 파트너로 존재해서 꾸준히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해요.”

세번째 만난 터라 이응복 PD의 섬세한 면이 더 잘보인다는 그다.

“처음보면 냉정하고 배우에게 설명도 잘 안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오해할 수도 있고요. 몇 번 작업해보니 배우가 충분히 연습하고 준비가 되어있다고 느껴지면 그냥 내버려두는 거였어요. 자유의 문을 완벽히 열어주는 거죠. 그런데 그 배우가 준비를 안 했다 싶으면 많은 디렉션과 직설이 쏟아지죠. 연기에 문제가 없으면 그럴 일이 없고요. 또 느끼는 거지만 보면 볼 수록 정이 많고 의리파예요.”

‘정재헌’ 캐릭터가 멋지게 그려진 것도 작가와 이 PD 덕분이란다.

“운 좋게도 그 멋있는 캐릭터를 절 염두에 두고 썼더라고요. 제가 감사하게 하사받은 캐릭터죠. 남자로 봐도 참 멋있는 캐릭터잖아요? 뻣뻣하고 재미없는 국어선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사람을 구하고 액션을 하면서 대중이 관심을 보여준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연기적으로 아쉬워서 질타 받을 걱정만 했는데, 예쁘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 감사했어요.”


■“괴물화 된다면? 나태 괴물 될 것 같아요”

실제 그가 ‘스위트홈’ 속 위기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전 ‘은혁’(이도현)에 가까워요. 만약 그런 위기가 닥친다면 은혁처럼 행동하지 않을까요. 제 생존도 중요하지만 마냥 이기적인 놈은 아니라서 많은 이와 생존하겠다는 따뜻한 생각도 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재헌’처럼 남들을 100% 배려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살갑게 대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괴물화’가 진행된다면 아마도 ‘나태 괴물’로 변할 거란다. 이유를 묻자 껄껄 웃음부터 터뜨렸다.

“맨날 놀고 먹고 술 마시고 잠자고, 일은 안 해도 되는 괴물이잖아요. 근데 괴물이라서 잔소리도 할 수 없는, 평생 놀 수 있는 괴물이 되고 싶어요. 돈 안 벌어도 되니까요. 이건 아마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을 대변한 답일걸요? 이런 괴물이 되고 싶은 사람 많을 거예요.”

지난 2018년 ‘미스터 션샤인’ 이후 3년 만에 ‘스위트홈’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팬층도 더 단단해졌다.

“환경적으로 조금씩 바뀌긴 했죠.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증은 무명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요. 저에 대한 주변 반응은 너무 감사하죠.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올 땐 마치 국위선양하는 기분도 들고요. 감사한 건 감사하지만, 아직은 연기적 갈증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서 부족한 걸 질책해준다면 그게 더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2020년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전세계적으로 좋은 기억이 남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있어도 표현할 수 없는 시기였고요. 매일매일 죽어가고 슬픈 분위기였죠. 저도 그 영향에서 피해갈 순 없었어요. 그나마 연말에 ‘스위트홈’이 공개되면서 재택 근무를 하거나, 밖에서 여가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만족해요.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