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소년이 정말 진범일까..슬픈 2인극 '얼음'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2021. 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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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 '얼음'의 무대는 단출했다.

얼음은 잔혹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8살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의 소년은 빈 의자로 존재할 뿐 마지막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소년이 무대에 실재하지 않지만 두 형사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순간 소년의 표정과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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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극본·연출..정웅인·이철민·박호산·이창용·신성민·김선호 출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3월 21일까지.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5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 '얼음'의 무대는 단출했다. 경찰서 취조실로 꾸며진 공간에는 책상과 의자 2개, 냉장고, 쓰레기통 뿐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공간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90분 내내 실체 없는 살인사건 용의자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음은 잔혹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8살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다. '형사 1'은 부드럽지만 집요한 베테랑 형사이고, '형사 2'는 혈기 넘치지만 인간적이다.

그런데 문제의 소년은 빈 의자로 존재할 뿐 마지막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두 형사는 공연 내내 빈 의자를 바라보면서 심문한다. 때론 윽박지르고 때론 타이르고 멱살을 잡기도 한다. 소년이 무대에 실재하지 않지만 두 형사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순간 소년의 표정과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소년이 정말 자신이 짝사랑하던 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후 유기했을까. 형사들의 심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말이 암시된다. 물론 이미 관객은 진범이 누구인가 보다는 섬뜩하지만 슬픈 극의 분위기에 휘감겨진 상태다.

빈 의자와 함께 소년이 누나를 위해 불렀던 노래와 장면이 전환될 때 울려 퍼지는 음향은 극의 처연함과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형사 1처럼 관객은 어느새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결국 소년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소년이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연극의 제목이 주제를 함축한다. 잠깐 물이 얼어 있는 것일뿐 녹으면 형체가 없는 얼음처럼 이 연극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허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가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이야기꾼 장진이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형사 1은 정웅인·이철민·박호산, 형사 2는 이창용·신성민·김선호가 번갈아 맡는다.

얼음은 지난해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지평'을 연기하며 호평받은 김선호의 연극 복귀작이기도 하다.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한 김선호는 '거미여인의 키스', '클로저' 등에서 내공을 쌓았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3월 21일까지.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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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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