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 좋은 '풋내기 박찬호' 너그럽게 받아줬던 라소다

김철오 2021.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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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향년 93세에 심장마비로 사망
"감사와 경의" 박찬호·노모 히데오 애도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오른쪽)와 토미 라소다. 박찬호 인스타그램

향년 93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명장’ 토미 라소다의 부고에 야구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의 지도를 받으며 ‘빅리거’로 성장한 박찬호(48)와 노모 히데오(53·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자국 야구의 전설이 된 이들은 한목소리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박찬호는 9일 인스타그램에 다저스 투수 시절 라소다의 조언을 듣는 사진을 올리고 “어떤 말로 이 슬픔을 표현할지 모르겠다. 지난 27년간 나에게 사랑을 준 전설적 야구인 라소다 감독이 새로운 세상으로 갔다. 너무 마음이 무겁고 슬픔이 깊어지게 하는 건 그가 나에게 준 사랑과 추억들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병문안을 가지 못하고, 떠나기 전에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도 듣지 못해 더 슬프다. 고인이 된 라소다 감독의 명복을 빈다. 그의 업적과 야구사랑, 삶의 열정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사랑하는 레전드, 라소다 감독을 영원히 기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가 됐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다저스에서 매년 15승 안팎을 수확하며 승승장구했다. 박찬호가 전성기로 들어선 1997년은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던, 이른바 ‘IMF 외환위기’에 들어갔던 해다. 당시 박찬호의 활약상은 한국에 희망을 선사하면서 ‘국난 극복’의 상징과 같은 스포츠맨이 됐다.

이런 박찬호의 성장 과정에서 라소다는 든든한 뒷배가 됐다. 라소다는 자신의 현역 시절 등번호 2번을 다저스에 영구결번할 만큼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4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로 데뷔해 선수로 활약했고, 1976년부터 1996년까지 21년간 감독을 맡아 후배들을 지휘했다. 다저스 사령탑으로 통산 성적은 1599승 1439패 2무. 1981년과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내 몸에 파란 피가 흐른다”는 말은 라소다가 생전에 남긴 명언이다.

박찬호가 1994년 다저스 스프링캠프 라커룸 신고식에서 당시 감독이던 라소다를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웃음을 안긴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영어에 서툴렀던 박찬호는 동료 선수들의 짓궂은 요구나 질문을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친화력을 보여줬는데, “여기서 가장 빼앗고 싶은 자리가 무엇인가”라는 한 동료의 질문을 받고 “토미(라소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뜻밖의 지목을 받은 라소다도 웃음을 터뜨려 호응했다.

이 장면은 한국 야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박찬호의 젊은 날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지금도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넘어온, 이마저도 프로 이력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의 과감한 농담을 받아들일 만큼 라소다는 박찬호의 정착과 성장을 도왔다. 그래서 라소다에게 붙은 별명이 ‘박찬호의 양아버지’다.

이런 라소다는 지난 7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심장 질환으로 지난해 11월 입원했던 병원에서 상태 호전으로 최근 퇴원했지만, 돌아온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에 각국 야구계에서 라소다와 추억을 가진 선수와 올드팬들은 SNS에 고인을 애도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20세기 후반 박찬호와 함께 다저스의 선발진을 구성했던 노모도 라소다에 대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노모는 강속구 투수인 박찬호와 다르게 특유의 와인드업 자세와 제구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인 투수.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다저스에 몸담았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10일 “라소다 감독이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알았기에 더 큰 충격에 빠졌다. 감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노모의 말을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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